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항공 분야의 탄소배출 문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하늘 위의 수소혁명'이 시작됐다.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Airbus)가 2025년 자사 서밋에서 세계 최초의 수소 연료 기반 항공기 ‘ZeroE’를 공식 공개했다.
이 항공기는 연소 과정에서 오직 수증기만을 배출하며, 이는 친환경 항공의 상징이자 항공 탈탄소 전환의 상업적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ZeroE 프로젝트는 에어버스가 기존 전기 추진기술 중심 전략에서 수소로 선회한 결정적 전환점으로,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 전기에서 수소로…"배터리의 한계, 수소가 넘는다"
에어버스는 본래 전기항공기 개발에 집중했으나, 리튬 채굴의 환경문제와 에너지 밀도 한계 등으로 수소로 방향을 틀었다.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 가능하며, 연소 시 이산화탄소가 아닌 물만 배출하는 청정 연료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수소차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지만, 항공 부문은 대용량 에너지 요구량과 고도화된 저장기술의 난제로 진입이 늦어졌다. 그러나 이번 ZeroE의 시연은 수소항공기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된다.
■ "저온 저장이 최대 난제"…수소항공 실현 위해 글로벌 인프라 필요
수소항공의 가장 큰 기술적 장벽은 액화수소 저장과 수송이다. 수소는 영하 253℃ 이하에서만 액체로 유지되며, 이를 항공기 탑재 연료로 사용하기 위해선 복수의 단열·격리 시스템이 필수다.
에어버스는 이를 위해 다중 격리 수소 저장 시스템(multi-barrier isolator cabinet)을 개발 중이며, 안전성 확보를 위한 국제 표준 구축과 정부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또한, 수소항공의 전면적 상용화를 위해서는 글로벌 수소공급망 및 공항 연료 인프라의 재설계가 필수로, 이는 재생에너지·수소 인프라 기업들과의 협업을 전제로 한 생태계 전략이 요구된다.
■ ZeroE의 의미…기술을 넘어, ‘항공의 정의’ 자체를 바꾸다
ZeroE의 기술적 핵심은 단지 연료 전환이 아니다. 이는 △비행기 설계 구조의 변화 △에너지 소비 방식의 재정의 △글로벌 항공 규제체계의 혁신까지 요구하는 복합 산업의 탈탄소화 모델이다.
에어버스는 "ZeroE는 단순한 프로토타입이 아니라, 2030년 항공 생태계 구조 자체를 바꾸는 플랫폼"이라며, "기술뿐 아니라 글로벌 협력이 가속되어야 이 꿈이 현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