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안후중 기자]
대한민국 전력 공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온 한국남부발전이 격동의 에너지 전환기를 맞아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2001년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분리 독립한 이후 안정적인 전력 생산을 책임져 온 이 공기업은 이제 탄소중립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혁신과 사회적 책임 이행이라는 무거운 짐을 동시에 짊어지고 있다. /편집자 주
전력산업 구조개편 속 탄생과 성장
한국남부발전은 2001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리 출범하면서 하동화력발전소를 핵심 자산으로 넘겨받았으며, ‘남부발전’이라는 이름은 하동화 력의 지리적 위치에서 비롯됐다.
설립 초기부터 KOSPO의 임무는 이관받은 발전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여 국가 경제 발전에 필수적인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었다. 이후 하동 및 삼척에 대규모 석탄화력발전 소를 증설하고, 신인천, 부산, 영월, 안동 등지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건설하며 발전 용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최근에는 세종시에 신세종빛드림본부가 상업 운전을 시작했다.
또한, 일찍부터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주 한경·성산 풍력단지를 비롯해 태양광, 연료전지 등 청정에너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왔다.
국내 시장을 넘어 칠레, 요르단, 미국 등에서 발전소 건설 및 운영(IPP), 운영·정비(O&M)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며 해외 진출에도 힘썼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에 따라 본사를 부산 문현금융단지로 이전했으며, 공공기관 경영실 적평가 우수 등급 달성, 국산 풍력 최대 단지인 봉화 오미산풍력 준공 등 경영 혁신과 가시적인 성과 창출 노력도 지속하고 있다.
국내외 발전 현황과 시장 위치
2025년 3월 기준, KOSPO의 국내 총 발전설비 용량은 약 12,134 메가와트(MW)로 대한민국 전체 설비 용량의 약 8.1%를 차지한다. 주요 설비는 석탄을 연료로 24시간 전력을 생산하는 기저 부하 발전소(하동 4,000 MW, 삼척 2,044 MW), 전력 수요 변동에 따라 출력을 조절하는 중간부하 발전소(남제주 바이오중유 200 MW), 주로 LNG를 사용해 전력 수요 급증 시 가동되는 첨두 부하 복합화력발전소(신인천 2,400 MW, 부산 2,400 MW, 영월 848 MW, 안동 361.6 MW 등), 그리고 풍력, 태양광,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로 구성된다.
해외에서는 칠레 켈라(Kelar) 복합화력(517MW)과 PMGD 태양광(37.8 MW), 미국 나일스 (Niles) 복합화력(1,085 MW), 요르단 타필라(Tafila) 풍력(51.75 MW) 등의 IPP 사업을 운영 중이며, 미국 트럼불(Trumbull) 복합화력(953MW) 건설도 진행하고 있다. 요르단 알 카트라나 (Al Qatrana) 복합화력 등에서는 O&M 사업을 수행하며, 전 세계 다양한 국가에서 발전소 시운전 용역을 제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전력 시장은 KEPCO의 6개 발전 자회사가 약 70%를 점유하는 구조로, KOSPO는 다른 발전 자회사들과 운영 효율성, 신규 사업 수주, 신기술 도입 등에서 경쟁하고 있다. 다만, 전력 판매는 대부분 모회사인 KEPCO를 통해 이루어 지고 변동비 기반 풀(CBP) 제도와 정산조정계수 등으로 가격이 규제되어, 순수한 시장 경쟁과는 다른 양상을 띤다.
사회적 역할 수행과 상생 협력 강화
KOSPO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친환경 발전과 건강한 사회를 위하여 책임을 다하는 국민의 기업’이라는 비전 아래, 환경보호, 사회적 책임 이행,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한 노력을 지속하며 매년 지속가능경 영보고서를 통해 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책임 이행과 상생 협력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전소 주변 지역 주민들의 수용성을 높이고 지역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발전소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체계적인 지원 사업을 시행 중이다. 전력산업 기반기금을 재원으로 발전소 반경 5km 이내 지역을 대상으로 소득 증대 사업, 공공·사회 복지 시설 지원, 주민 복지 지원, 기업 유치, 육영 사업, 전기 요금 보조 등 다양한 지원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법적 지원 외에도 2004년 창단한 ‘KOSPO 사회봉사단’을 통해 약 2,500여 명의 임직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지역사회 환경 정화, 농번기 일손 돕기, 김장 나눔, 재난 구호 성금 전달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에너지 빈곤층 지원, 미래세대 육성, 취약계층 지원 등 “친환경 에너지 DREAM”, “희망 DREAM”, “나눔 DREAM”이라는 세 가지 테마 아래 사회적 가치 창출에 힘쓰고 있으며, 임직원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사회공헌 마일리지 제도’도 운영 중이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노력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발전소 운영 및 정비(O&M) 등을 담당 하는 협력사들과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며 안전 관리 강화 및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협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ESG 경영 도입을 지원하고 스마트공장 구축을 돕는 등 공급망 전체로 상생의 가치를 확산시 키려 노력하고 있다.
건강하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 구축을 위한 노력은 노동조합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빛을 발하고 있다. KOSPO 노사는 ‘노사합동 조직문화 혁신 협약’을 체결하고 공동 협의체를 통해 일하는 방식 개선, 소통 강화 등 구체적인 과제를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적 노사 관계는 외부로 부터 상생경영대상 수상, 노사관계 우수기업 인증 등의 성과로 이어졌으며,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불안 문제에 대해 노사가 공동으로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회사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기능하고 있다. 하동본부 내 ‘에너지전환 직무개발센터’ 구축 계획은 이러한 협력의 구체적인 결과물이다.

탄소중립 시대, 미래 전략과 도전
KOSPO는 정부의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발맞춰 ‘신재생에너지와 무탄소 발전, 녹색기술 개발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녹색성장을 구현’한다는 비전을 설정하고,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핵심은 기존 화력발전의 무탄소·저탄소 전환과 신재생에너지 확대이다.
석탄 및 LNG 발전소에 수소·암모니아 혼소/ 전소 기술을 적용하고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 장(CCUS) 기술을 개발하는 한편, 태양광, 풍력 (특히 해상풍력), 연료전지 등 재생에너지 설비를 지속 확대하고 지역 거점 중심의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특히 수소 및 암모니아 활용 분야에서 ‘First Mover’를 지향하며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LNG 복합발전소의 수소 혼소율을 2026년까지 50%로 높이고 2030년까지 100% 연소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하며, SK E&S 등과 협력하여 실증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미 국내 최대 규모의 연료전지 설비를 운영 중이며, 제주에서는 12.5 MW급 그린수소 생산 실증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석탄화력에는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추진 중이다. 삼척 및 하동 발전소를 대상으로 2025년까지 암모니아 혼소 설비를 구축하고 혼소율 30% 달성을 목표로 실증을 추진하며, 삼척 1호기는 2028년부터 20% 혼소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삼척 현지에 국내 최초로 3만 톤 규모의 암모니아 저장탱크 등 인프라 구축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2024년 세계 최초로 시행된 ‘청정수소발 전의무화제도(CHPS)’ 경쟁 입찰에서 삼척 1호기 암모니아 혼소 사업으로 첫 낙찰자로 선정되며 시장 선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러한 미래 전략은 상당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여전히 높은 화석연료 의존도와 노후 설비 문제, 국제 연료 가격 및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재무적 변동성, 에너지 전환을 위한 막대한 투자 재원 확보 부담과 높은 부채 비율, 그리고 수소·암모니아 등 신기술의 기술적·경제적 불확 실성 등은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다.
협력적인 노사 관계와 지역사회 및 협력사와의 상생 노력은 탄소중립이라는 변화를 헤쳐 나가는 데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향후 KOSPO 의 지속가능한 성장은 에너지 전환 전략의 성공 적인 이행, 재무 건전성 확보, 기술 혁신 역량 강화, 그리고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조직 운영 능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