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영국과 유럽연합(EU)이 19일(현지시간) 제1차 영국-EU 정상회담을 열고 방위 및 안보 협력을 중심으로 한 양측의 포괄적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수소를 비롯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의 국경 간 무역을 본격화할 수 있는 기반 조성 방안이 주요 의제로 부각됐다.
영국 키어 스타머 총리와 EU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은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양측의 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한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며, 영국의 EU 전력 시장 참여 가능성을 포함한 다양한 공동 이니셔티브를 언급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보다 넓은 전력 시장은 에너지 흐름의 안정성뿐 아니라 규제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높여 민간 투자를 촉진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출 수 있다”며 “북해가 제공하는 거대한 잠재력, 특히 재생 가능하고 저렴하며 자국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 자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수소, 탄소 포집·이용·저장(CCUS), 바이오메탄 등 신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영국과 EU 간의 기술 규제 교류를 지속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국경을 초월한 기술 확산과 상호 표준 정합성 확보를 위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또한 양측은 배출권거래제(ETS) 연계를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안보를 높이고,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인한 영국 기업의 추가 부담을 방지하기로 했다. 영국 정부는 이를 통해 연간 약 8억 파운드(1.4조원) 규모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양측 간 에너지 및 원자재 무역을 촉진하고 송전망 개발 및 규제 당국 간 협력을 규정한 '무역·협력협정'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재확인됐으며, 특히 북해 에너지 협력과 연계된 송전망 개발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이외에도 양측은 철강 제품에 대한 무관세 교역을 지속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이베리아 반도 지역의 정전 사태와 러시아산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로드맵 발표,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으로 인해 에너지 안보는 영국과 EU 모두에게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회담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중장기 협력 아젠다를 설정하는 계기로 평가된다. 양측은 북해 해상 전력망의 신속한 구축과 전력시장 통합을 위한 일정표 수립 및 공동 리더십 트랙 구축에 합의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기후변화 대응 싱크탱크인 E3G의 마농 뒤푸르 브뤼셀 사무소장은 “지정학적 상황을 감안할 때, 영국과 EU는 잔존 갈등을 넘어서 공동의 과제 해결에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탈탄소화 및 에너지 전환에 대한 협력 아젠다를 합의하는 것은 양측의 지속 가능한 안보와 경쟁력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드 매튜 E3G 영국 프로그램 디렉터도 “청정에너지 전환에 대한 협력을 심화하면 에너지 독립을 가속화하고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전역의 석유·가스 가격을 급등시키며 경제적 충격을 야기했다. 유일한 해법은 재생에너지 기반의 상호 연계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5년 봄 경제전망에서 EU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2025년 1.1%, 유로존은 0.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6년에는 각각 1.5%, 1.4%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집행위는 “관세보다는 불확실성이 내수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외 글로벌 경제 성장률은 2025~2026년 각각 3.2%로, 2024년 가을 전망치였던 3.6%에서 하향 조정됐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성장 전망이 약화된 데 따른 것이다.
집행위는 “세계무역의 추가 분절화는 GDP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인플레이션 압력을 재점화할 수 있다”며 “기후 관련 재해 역시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하방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EU-미국 간 무역 갈등 완화 또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한 대외무역 확대가 이루어질 경우, EU의 성장세를 지지하는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