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영국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북해 석유 시추 확대를 공식적으로 권고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가 재생에너지 중심의 정책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양국 간 에너지 정책 간극을 다시금 부각시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24일(현지 시간) 트루스소셜(Truth Social) 계정을 통해 “영국은 비용도 많이 들고 보기에도 흉한 풍력발전을 그만두고, 북해에서 석유를 시추해야 한다”며 “애버딘을 중심으로 100년치 석유가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세금 제도는 시추를 억제하고 있으며, 이를 뒤집으면 영국의 에너지 비용이 급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최근 체결된 미·영 무역협정 이후 공개된 첫 에너지 관련 발언이다. 이 협정은 ‘해방일(Liberation Day)’ 관세 이후 첫 번째 양자 통상 합의로, 미국산 수출품에 대한 영국 시장 접근을 대폭 확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재생에너지 후퇴 노선 vs 탄소중립 가속 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부터 “풍력 발전소는 흉물”이라며 여러 차례 공격적 발언을 이어온 바 있다. 그는 대선 유세 당시에도 “미국에서 더 이상 풍력 발전소가 세워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구호를 재점화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을 대대적으로 철회하고 화석연료 중심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입장도 거듭 밝혔다.
반면 영국의 키어 스타머(Keir Starmer) 총리는 넷제로(Net-Zero) 전환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하며, 2030년까지 △육상풍력 2배 △해상풍력 4배 확대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 풍력산업협회인 윈드유럽(WindEurope)은 영국이 현재 유럽 최대 해상풍력 보유국으로, 글로벌 기후 대응의 전진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 트럼프 발언,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여파는?
정치권 안팎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여론전이 아닌, 실제 정책 재전환의 신호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이 유럽과의 무역 접점을 넓히는 와중에, 화석연료 중심의 수출 전략을 밀어붙이는 움직임은 LNG·석유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이미 에너지안보와 기후대응을 동시에 꾀하는 복합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어 북해 시추 확대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식 에너지 노선이 다시 고개를 들며, 북미와 유럽 사이의 에너지 전략 갈림길은 한층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