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영국은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수소 경제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산업, 발전, 운송, 난방 등 다양한 부문에서 대규모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영국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기존 산업 인프라를 활용한 탈탄소화부터 새로운 에너지원의 개발까지, 영국의 수소 프로젝트는 전 세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 산업 클러스터 중심의 대규모 수소 인프라 구축
영국 수소 전략의 핵심 축은 산업 클러스터의 탈탄소화이다. '하이넷 노스 웨스트(HyNet North West)', '이스트 코스트 클러스터(East Coast Cluster)', '사우스 웨일스 산업 클러스터(SWIC)'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들은 기존의 산업 지대에 저탄소 수소 생산, 분배 및 저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한다.
특히, 하이넷 노스 웨스트 프로젝트는 화학, 유리, 식품 생산 등 핵심 산업 분야에 수소를 공급하여 탄소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발전 및 운송 부문에서도 수소를 활용하는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다. 이는 단순한 에너지 전환을 넘어, 산업 생태계 전반의 패러다임을 바꾸려는 영국의 야심을 보여준다. 이들 클러스터는 대규모 수소 수요처를 확보하여 수소 생산 및 운송의 효율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다각적인 접근: 전력, 운송, 난방까지 수소 활용 확대
영국의 수소 프로젝트는 산업 부문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전력, 운송, 난방 등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수소 활용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진다.
발전 분야에서는 기존 가스 화력 발전소를 수소 혼합 또는 100% 수소 연소 방식으로 전환하거나 신규 수소 발전소를 건설하는 방안이 모색된다. 특히, 해상 풍력-수소 연계 프로젝트는 풍부한 해상 풍력 자원을 활용하여 '그린 수소'를 직접 생산하고 이를 육상으로 운송하는 혁신적인 시도로, 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제를 결합하는 모범 사례가 될 잠재력을 가진다.
운송 부문에서는 런던, 애버딘, 버밍엄 등 주요 도시에서 수소 연료 전지 버스가 운행 중이며, 수소 기차와 대형 화물차 개발도 활발하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도 병행된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해양 및 항공 분야에서도 수소 연료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초기 단계 연구 및 파일럿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미래 운송 시스템의 변화를 예고한다.
또한, 주거 및 상업용 난방 분야에서의 수소 도입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천연가스망에 수소를 혼합하는 시험이 진행 중이며, 스코틀랜드 파이프 지역과 잉글랜드 북부 일부 지역에서는 100% 수소 난방 시스템을 시험하는 과감한 프로젝트도 추진된다. 이는 주거용 에너지원의 탈탄소화를 위한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수소 활용의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 생산 기술 고도화와 글로벌 수소 시장 주도권 확보 전략
수소 생산 역량 강화는 영국의 수소 전략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전해조(Electrolyzer) 제조 역량 확대에 대한 투자는 그린 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을 내재화하고 글로벌 수소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전기분해 방식 외에도 열분해, 바이오 수소 등 첨단 수소 생산 방법에 대한 연구 개발도 활발히 진행되어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 비용 절감 및 효율성 향상을 도모한다.
영국 정부는 수소 산업 육성을 위한 강력한 정책적 지원과 함께 민간 투자를 유치하며 수소 생태계 전반의 성장을 촉진한다. 영국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 수소 경제를 선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발판 역할을 하고 있다.
영국의 수소 프로젝트들은 에너지 전환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강력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대규모 인프라 구축과 기술 상용화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지만, 영국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접근을 통해 수소 중심의 탄소 중립 사회를 향해 나아가는 중이다.
■ 용어 설명 :
· 전해조(Electrolyzer) = 물(H₂O)에 전기를 흘려 화학 반응을 유도하여 수소(H₂)와 산소(O₂)로 분리하는 장치. 이 과정은 수전해(Water Electrolysis)라고 불리며,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전원으로 사용할 경우, 탄소 배출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그린 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는다.
전해조의 주요 종류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알칼리 수전해(Alkaline Water Electrolysis, AWE): 가장 상용화된 기술로, 수산화칼륨(KOH)과 같은 알칼리 전해액을 사용하여 물을 분해한다. 안정적이고 비교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분자 전해질막 수전해(Polymer Electrolyte Membrane, PEM): 고체 고분자 전해질 막을 전해질로 사용하며,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전류 밀도를 구현하여 재생에너지 변동성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소형화가 용이하나, 백금과 같은 귀금속 촉매가 필요하여 비용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고체산화물 수전해(Solid Oxide Electrolysis Cell, SOEC): 고온에서 작동하는 기술로, 물을 수증기 형태로 주입하여 전기분해한다. 고온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폐열 활용이 가능하여 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와 함께 합성가스를 생산하는 등 다양한 응용 가능성을 가진다. 아직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다.
각 전해조 종류는 사용하는 전해질, 작동 온도, 효율성, 그리고 비용 측면에서 차이를 보이며, 이는 수소 생산 시스템의 목적과 환경에 따라 선택된다. 궁극적으로 전해조는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