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캘리포니아의 주택용 태양광 산업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주정부의 순에너지계량제도(Net Energy Metering, NEM)의 개편안인 ‘NEM 3.0’에 대한 법적 대응이 결국 주 대법원의 심리에 회부됐다.
2023년 봄, 캘리포니아 공공유틸리티위원회(CPUC)는 기존의 우대 요율 체계를 폐지하고 NEM 3.0을 도입함에 따라 주택용 태양광 발전소에서 잉여 전력을 그리드로 송출할 때 지급받는 단가가 약 75%나 대폭 삭감됐다. 이 결정은 즉각 태양광 업계와 환경단체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주택용 태양광 신규 설치 건수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NEM 3.0 시행 직후 ‘생물다양성센터’, ‘지역사회보호재단’, ‘환경워킹그룹' 등 3개 환경단체는 CPU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CPUC의 요금 결정이 캘리포니아주의 기후변화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으며, 소규모 분산형 태양광의 편익을 축소·왜곡 평가한 반면, 대형 유틸리티의 막대한 송전 인프라 비용은 적절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소장에 따르면, “CPUC의 결정은 수많은 법적 오류와 잘못된 가정에 기반하고 있으며, 주 의회가 요구한 ‘비용-편익 분석’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이 NEM 3.0 결정을 취소하고, 재심의 및 적절한 재평가를 CPUC에 명령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현재 캘리포니아 주 대법원으로 넘어갔으며, 판결은 향후 한 달 이내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NEM 3.0의 주요 지지자는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 서던캘리포니아에디슨(SCE), 샌디에이고가스앤일렉트릭(SDGE) 등 캘리포니아의 3대 민간 전력회사다. 이들은 주택용 태양광 보급이 일반 소비자에게 연간 80억 달러의 비용 부담을 전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주택용 태양광 시스템은 오히려 전력망 전체에 약 15억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태양광저장협회의 브래드 헤브너 전무는 “에너지 비용을 정말로 낮추고자 한다면 유틸리티 기업의 방만한 지출 구조를 먼저 손봐야 한다”며, “정작 주정부는 유틸리티 기업 이익을 보호하면서 태양광 소비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 CPUC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기 소비량은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PG&E는 110%, SCE는 90%, SDGE는 82%에 달하는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같은 기간 이들 유틸리티의 송전·배전 인프라 투자 지출은 무려 300% 증가했다.
캘리포니아 규제당국의 태양광 규제는 계속돼, 이번 주 주 하원에서는 법안 ‘AB 942’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기존 주택이 매매되거나 소유권이 이전될 경우, 이전 NEM 1.0 및 NEM 2.0 체계 하에 있던 유리한 계약을 무효화하고 NEM 3.0 체계로 자동 전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평균적인 태양광 주택 소유자는 주택 매매 이후 월평균 63달러 수준의 전기요금 상승을 겪게 되며, 이는 부동산 거래의 주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법안을 발의한 리사 칼데론 의원은 과거 25년간 SCE에서 정부 관계 및 정치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맡았던 이력이 있어, 유틸리티 업계와의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캘리포니아 부동산중개인협회, 건축산업협회, LA 비즈니스협의회 및 100개 이상의 환경·기후·소비자 단체들이 강력히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헤브너 전무는 “주택 가치와 소유권 이전 가능성을 건드리는 건 정치적으로 위험한 ‘금기 영역’으로 여겨져 왔으며, 이번 시도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AB 942는 다음으로 주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통과 시 2026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한편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산업은 규제 악재 외에도 외부 환경 변화로 위축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태양광 설치를 위한 금융 조건이 악화된 상태다.
더불어 현재 연방 의회에 계류 중인 “One Big, Beautiful Bill” 법안은 추가적인 충격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행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하의 48E 및 25D 조항에서 부여하던 30% 세금공제를 2025년 또는 2028년 이후 단계적으로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전국적으로 30만 개 이상의 일자리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이 법안은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으며, 연방 의회가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미국 태양광 산업 전반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