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일본이 다시 LNG의 장기계약 시장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산업의 급속한 전력 수요 증가, 청정에너지의 비용 상승, 그리고 일본 정부의 새로운 제7차 에너지기본계획이 맞물리면서, 일본은 가스를 장기적인 에너지원으로 재위치시키고 있다.
이번 계획에서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 이후에도 가스를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명시했다. 이는 이전의 ‘가스 탈피’ 중심의 에너지 계획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일본 내 발전사와 에너지 정책 당국은 공급 차질과 가격 변동성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LNG 도입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2022년 말부터 2024년 초까지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포함한 3건의 대형 LNG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기존 계약이 만료되는 물량을 대체하기 위한 추가 계약 체결도 예정돼 있다.
■ AI가 끌고, 태양광이 밀었다…일본 전력 수요, 가스 회귀 가속화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일본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30년까지 80% 증가한 15T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 모델 학습·추론 연산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원활한 전력 공급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이에 따라 일본의 가스 발전량이 증가하고, LNG 수입은 2030년 7800만 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0년대 중반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수입량이 반등하는 구조로, LNG 도입 전략의 중장기적 재설계를 의미한다.
한편, 태양광 및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의 발전 비용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에너지 믹스 내에서 가스 발전이 다시 안정성·경제성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 수소·암모니아가 아닌 LNG…에너지 현실주의로 기조 전환
일본은 최근까지 수소(Hydrogen)와 암모니아(Ammonia) 기반 연료로의 전환을 국가 전략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이들 대체연료의 생산비용이 높고 공급망이 불안정하다는 점이 부각되며, 가스를 ‘과도기 에너지’가 아닌 실질적 기반 자원으로 다시 평가하는 분위기다.
더불어, 일본의 LNG 화력발전 용량도 2024년 79.98GW에서 2034년 85.75GW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탈탄소 시대의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에너지 현실주의’로의 방향 전환을 상징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탈탄소 기조 속에 일본 전력사들이 장기계약을 꺼렸지만, 이제는 민관 협력으로 공급 안정성과 에너지 주권 확보가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