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시스템 패러다임이 중앙집중형에서 분산형으로 빠르게 전환되는 가운데, ㈜앱트뉴로사이언스가 주관하는 '분산형 차세대 집단냉난방시스템 효율 향상 기술 개발 및 실증' 과제가 지난달 27일 킥 오프를 시작으로 본격화됐다. 본 과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R&D의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및 미활용 열원을 활용한 저온 기반 분산형 열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앱트뉴로사이언스는 국내 지열·수열 기반 냉난방 시스템 분야에서 최대 실적을 보유한 친환경 에너지 기술기업으로, 이번 과제의 총괄 주관기관으로서 서울 서초구 서울연구원 부지 일대(서울연구원, 서울시 인재개발원, 서울시 데이터센터) 및 나주시 종합스포츠파크를 대상으로 국내 최초의 5세대 지역냉난방 실증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번 실증사업은 지열, 수열, 하수열, 폐열, 공기열 등 다양한 저온 열원을 히트펌프와 연계하여 단지 내 다수의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하는 고효율·저탄소 에너지 공급 모델 구현을 목표로 한다. 특히, 핵심 기술인 5세대 지역냉난방(5th generation District Heating and Cooling)은 4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한층 고도화시킨 형태로, 저온 열네트워크(10~30℃)를 이용하여 냉방과 난방의 동시 공급 및 자체 생산·공급이 가능한 분산형 에너지시스템이다. 이는 집단에너지 시스템의 열손실을 최소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할 수 있는 친환경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본 기술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조건 충족을 위한 지열, 수열, 태양열, 공기열 등 신재생 및 미활용 열원 활용을 가능하게 하여, ZEB 기반 도시 인프라와 스마트시티 확산을 위한 핵심 기반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연구과제는 주관기업인 ㈜앱트뉴로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산업기술시험원, 가천대학교산악협력단, 한양대학교산학협력단, 한국전자기술연구원, 지에스파워㈜, 라온프렌즈, 서울연구원, 에너클, 한국EMS협회, 누리플렉스, 서울에너지공사,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총 14개 산·학·연이 컨소시엄 형태로 수행된다. 해당 과제의 총 사업비는 147억 원 규모(정부지원 110억 원 포함)이며, 2025년 4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3년 9개월간 진행된다.
참여 기관들은 분산형 저온 열네트워크 최적 설계 및 구축, 재생·미활용에너지 기반 열네트워크 운영 모델 및 플랫폼 개발, 차세대 집단냉난방 서비스 모델 개발 및 제도 개선 등의 통합연구를 통해 해당 기술의 실현 가능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본 과제에서는 LCOH(Levelized Cost of Heat) 95원/kWh 수준을 목표로 하여, 총 부하 300RT 이상 규모의 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분산형 저온 열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또한, 약 6,000시간의 실증 운전을 통해 탄소배출 저감률 50% 이상, 재생에너지·미활용에너지 사용률(에너지 자가 소비율) 70% 향상, 단위면적당 연간 에너지사용량 40% 절감 등의 정량적 목표를 달성함으로써 기술의 경제성 및 신뢰성을 입증할 예정이다. 나아가 본 실증을 통해 확보된 저온 분산형 열네트워크 기술은 향후 주거·공공·상업건물뿐만 아니라 에너지 다소비 분야인 데이터센터, 냉장·냉동창고 및 설비·공정으로의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앱트뉴로사이언스는 2002년 설립 이후 지열·수열 냉난방 시스템, 연료전지, 태양광 시스템 및 최근 리튬 추출 기술까지 아우르는 친환경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해왔다. 2025년부터는 사명을 기존 ‘지오릿에너지’에서 ‘앱트뉴로사이언스’로 전환하고, 스마트 에너지네트워크, xEMS, 첨단소재 분야로도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본 연구과제의 주관연구기관 책임자인 박시삼 ㈜앱트뉴로사이언스 CTO는 “앱트뉴로사이언스는 지열·수열 등 신재생 및 미활용 에너지 기술에 대한 축적된 실증 경험과 설계·운영 역량을 기반으로, 저탄소 고효율 에너지 네트워크 기술을 선도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실증사업은 실제 도시 인프라에 적용 가능한 저온 기반 5세대 지역냉난방 시스템을 국내 환경에 맞게 상용화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며, 공공과 민간이 함께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열보급 활성화 종합계획(2023)’을 통해 도심 내 모아주택, 공동주택 등에 신재생 열원의 적용을 확산할 계획이며, 본 과제는 그러한 전략을 실현하는 핵심 기술 인프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본 과제를 통해 분산형 EMS, 히트펌프, 미활용 열원 기술이 통합된 고효율 지역열네트워크의 상용화가 이뤄질 것”이라며 “건물 부문 탄소중립 실현의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박시삼 앱트뉴로사이언스 부사장

차세대 집단냉난방 시스템, 미래를 열다
Q. 분산형 차세대 집단 냉난방 시스템이란 무엇인가요?
A.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 중요해지면서 신재생 에너지 공급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열이나 잉여 전력을 활용하는 방안이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연구되었고, 이를 통해 잉여 열원이나 전력을 이용해 냉난방을 공급하는 '5세대 냉난방 시스템'이 유럽에서 많이 보급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집단 난방 시스템은 3세대 시스템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저희가 국내에 처음으로 도입하려는 분산형 차세대 집단 냉난방 시스템은 냉방과 난방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5세대 냉난방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배관 온도가 30도 이하로 유지된다는 점과 효율 향상이 3 이상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전체 주거 시설의 20% 정도만이 집단 에너지 고시 지역에 해당되는데, 이 차세대 시스템이 더 많은 지역에 도입된다면 크게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이미 유럽에서 200개 이상의 사이트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는 기술이므로, 저희는 과제 기간 내에 사업화를 연계하여 조기에 성과를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Q. 앱트뉴로사이언스의 국내 지열/수열 기반 냉난방 시스템 분야 기술력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앱트뉴로사이언스의 전신은 코텍 엔지니어링으로, 이 회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지열 냉난방 실적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잠실 롯데타워나 미군 기지 등 국내 및 아시아 최대 규모의 지열/수열 냉난방 시스템 적용 실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회사의 자본가가 바뀌었지만, 저희는 기존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열뿐만 아니라 태양광 발전,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 다양한 에너지 사업을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는 기술 개발 단계에 있는 리튬 추출 사업도 진행하고 있지만, 실용화 단계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Q. 실증 사업은 어떤 열원을 기반으로 진행되나요?
A. 현 정부에서도 '에너지 믹스' 개념을 강조하고 있는데, 저희 실증 사업 역시 지열, 수열, 공기열, 폐열, 하천수열 등 다양한 열원을 활용하여 에너지를 확보합니다. 이렇게 확보한 에너지를 바탕으로 상업용 건물, 주거용 건물, 특수 목적 건물 등 세 가지 주요 수요 프로파일이 상이한 건물에 효율적으로 집단 냉난방을 공급하는 것이 사업의 큰 목표입니다.
현재는 기존 건물을 대상으로 실증을 진행하고 있지만, 신축 건물에 적용할 경우 훨씬 더 효율적으로 적용이 가능하고 시공비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기존 건물은 아스팔트를 다시 포장하고 배관 공사를 해야 하지만, 신축 건물은 처음부터 공사를 진행할 수 있어 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기존 건물에 실증을 진행하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신축 건물에도 설계를 반영하여 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실증 사업의 핵심은 기존 건물입니다.
Q. 5세대 지역 냉난방에 대해 좀 더 쉽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A. 현재 아파트 단지에서 공급받는 3세대 지역 난방 시스템은 110도에서 120도의 배관 온도가 유지되어 아파트까지 들어오고, 아파트의 열교환기를 통해 60도의 온도로 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그 이후에 4세대 냉난방 시스템이 있었고, 현재 유럽에는 5세대 냉난방 시스템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두 세대의 시차가 생긴 것은 코로나로 인해 기술 확산 속도가 더뎌져 우리나라에 전파되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주도처럼 신재생 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출력 제한이 수백 차례 발생했던 것처럼, 잉여 전력을 P2H(Power to Heat) 개념으로 열을 공급하는 시스템이 유럽에서는 많이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업화 모델 중 하나로 개발된 것이 5세대 집단 냉난방 시스템입니다.
이 5세대 냉난방 시스템은 앞서 말씀드렸듯이 난방 시 배관 온도는 30도 이하, 냉방 시에는 20도 이하로 유지되어 각 건물의 효율을 크게 향상시켜 줄 수 있는 기술입니다. 5세대 냉난방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내의 리소스를 어떻게 확보하고 최적 설계를 도입하느냐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럽과는 달리 공기열 히트펌프가 신재생 에너지로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점이 있지만, 이는 앞으로 바뀔 추세라고 생각합니다. 현 환경부 장관 후보자도 공기열 히트펌프를 신재생 에너지에 포함시키겠다는 법안을 발의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우리나라에서도 5세대 집단 냉난방 시스템 도입이 매우 중요하며, 난방뿐만 아니라 냉방 수요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집단 냉방 방식으로 도입하게 되면 초기 투자 비용도 효율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주관사에 참여하는 기업과 각 기업의 과제가 궁금합니다.
A. 주관사를 포함하여 총 14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공급 사업자로는 서울에너지공사와 GS 파워가 참여합니다. 이들은 현재 3세대 집단 난방을 공급하고 있지만, 앞으로 5세대 집단 냉난방 시스템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이번 과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확산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업체로는 누리플렉스, 라운프렌즈, 애너클 등이 참여합니다.
정부 출연 연구소로는 전자 기술 연구원, 서울연구원, KTL(한국산업기술시험원), KCL(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 등 다양한 정부 출연 연구소가 참여합니다. 특히 EMS 협회가 참여하여 저희가 개발하는 하드웨어 플랫폼 외에도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표준 인증(단체 표준 인증)을 받아 사업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장애물을 해결하는 역할을 할 계획입니다. 학교에서는 가천대학교와 한양대학교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하여 말씀해주실 부분이 있으신가요?
A. 현재 우리나라의 열 에너지 관련 정책이나 법은 매우 미미한 수준입니다. '집단 에너지 고시법' 외에는 작년에 발의되어 시행 중인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 있지만, 이는 전기 중심의 법입니다. 따라서 현재 열 에너지 관련 '집단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대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만들려는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열 에너지에 대한 지원 정책, 인센티브, 규제 제도 마련, 인증 방안 등은 정밀하게 다시 만들어져야 합니다. 또한 지열은 신재생 에너지로 분류되지만 수열원 중 일부는 신재생 에너지에 포함되지 않는 법적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한 인증 방법과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공기열은 앞으로 세계적인 추세이므로 신재생 에너지 범주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