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전기차 시장의 일시적 수요 정체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하락하며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2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순수전기차(EV)·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하이브리드차(HEV)에 탑재된 배터리 총사용량은 401.3GWh(기가와트시)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38.5% 증가한 수치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에도 불구하고 배터리 시장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인 것은 전기차 보급 확산과 배터리 용량 증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 하락세
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성과는 아쉬웠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합산 점유율은 17.4%로, 작년 동기 대비 4.5%포인트 하락했다.
개별 업체별로 살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사용량이 39.9GWh로 전년 동기 대비 14.3% 증가했지만 점유율은 12.1%에 그쳐 글로벌 3위 자리를 유지하는 데 그쳤다.
SK온은 16.8GWh로 18.1% 증가하며 점유율 4.9%로 5위에 올랐다. 반면 삼성SDI는 사용량이 13.1GWh로 12.9% 줄어들며 점유율도 4.9%에서 3.3%로 대폭 하락했다. 유럽과 북미 시장 내 주요 완성차 고객의 배터리 수요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업체, 저가 LFP로 독주
반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글로벌 1위 CATL은 전년 동기 대비 40.6% 증가한 152.7GWh를 기록하며 점유율 38.1%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켰다. 2위 BYD(비야디)도 57.1% 성장한 70GWh로 점유율 15.4%를 차지했다.
특히 CALB(4위), 고션(6위), EVE(9위), SVOLT(10위) 등을 포함해 중국 업체 총 6곳이 글로벌 상위 10위 안에 포함되며 중국의 배터리 시장 장악력을 과시했다.
주로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일본 파나소닉은 12.9% 감소한 11.7GWh로 8위에 머물렀다.
"국내 업체, 중장기 전략 재정비 필요"
SNE리서치는 "국내 이차전지 업체들은 북미 정책 리스크와 유럽 경쟁 심화에 대한 방어 전략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요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기술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지만,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 업체들에 밀리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저가형 LFP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독주가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 회복을 위한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