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중국 정부가 태양광 산업의 과잉 생산과 저가 출혈경쟁에 제동을 걸고 산업 고도화를 위한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했다. 태양광 가치사슬 전반에서 생산 축소 및 기업 통합 움직임이 구체화되며, 기존 ‘양적 성장’ 위주의 전략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이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주 태양광 업계 주요 14개 기업(롱지, 통웨이, 트리나, JA솔라, GCL, 선그로우 등) 및 중국태양광산업협회(CPIA) 관계자들과 고위급 회의를 개최하고, 중앙재경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무질서한 저가경쟁을 억제하고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설 것을 공식화했다.
회의를 주재한 리러청(李乐成) 공업정보화부장은 “중앙 정부의 결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저가 난립 경쟁을 강력히 단속하며, 낙후 설비의 질서 있는 퇴출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기술혁신, 품질관리, 장기 경쟁력 확보를 중심으로 업계의 자율 규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는 지난 1일 개최된 중앙정치국 경제정책 회의 직후 열렸으며, 당시 고위 당국자들은 ‘비합리적인 가격 경쟁과 과잉 설비 제거’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발맞춰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파괴적 가격 전쟁’을 비판하는 논평을 1면에 게재하고, 산업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일부 업계에서는 감산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 태양광 유리 분야의 경우, 신이, 플랫글라스 등 10개 주요 제조사가 7월부터 생산량을 30%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폴리실리콘 부문에서도 통합 및 인수합병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GCL테크놀로지 공동 CEO는 최근 열린 박람회에서 “대형 기업들이 중소업체를 흡수하는 방식의 M&A를 본격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며, 다코 역시 협력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중국유색금속산업협회에 따르면 폴리실리콘 가격은 1년 이상 원가 이하 수준에서 유지돼 왔으며, 올해 상반기 중 최소 4개 기업이 생산을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발표 직후 증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난 3일 기준, 통웨이·플랫글라스·Eging PV 등 9개 태양광 관련주는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다코는 15% 이상, GCL은 홍콩증시에서 9%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속도와 효과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리콘, 웨이퍼, 모듈 등 전 분야에 걸친 과잉 설비 문제가 여전히 고착화돼 있는 만큼, 구조조정의 가시적 효과는 수 개월에서 수 년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태양광 산업을 대표적 성공 산업으로 키워왔지만, 이제는 무분별한 확장보다 품질과 내실 중심의 ‘정책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