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박명종 기자]
초전도 현상의 핵심 원리와 혁신성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되고 자기장을 밖으로 밀어내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갖는 물질이다. 이는 기존 물리학 법칙인 '옴의 법칙'을 깨는 혁명적 현상으로, 1900년대 초 수은에서 최초로 발견된 이후 지속적인 연구가 이어져 왔다.
초전도체의 발견 과정은 흥미롭다. 최초 발견된 '저온 초전도체'는 영하 269도의 극저온에서만 초전도 현상을 보였으나, 1980년대 들어 상대적으로 높은 온도인 영하 196도에서 작동하는 '고온 초전도체'가 등장했다. 더 나아가 2020년에는 영상 15도에서 초전도 특성을 발현하는 '상온 초전도체'까지 발견됐지만, 이는 극한의 고압 조건을 필요로 해 실용화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기술 개발 과정과 성과
한국은 2001년 국책과제로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 일본, 미국보다 20년 늦은 후발주자였지만, 초전도체 개발과 제품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을 택했다. LS전선을 중심으로 한 개발팀은 2007년 세계 세 번째로 초전도케이블 개발에 성공했고, 2019년에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를 달성했다.
한국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국제 학회를 통한 적극적인 기술 교류였다. 초기에는 무시당했던 한국 기술이 2014년부터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제품군 다양성과 성능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초전도케이블의 기술적 우위
초전도케이블의 가장 큰 장점은 송전 효율성이다. 일반 케이블 대비 송전 손실이 5% 미만으로, 한 가닥으로 최대 10개의 구리케이블을 대체할 수 있다. 이는 전력 인프라 구축에 있어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초전도케이블은 송전 손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전압을 높일 필요가 없어 변전소와 변압기 설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신도시 건설 시 새로운 변전소 건설 대신 기존 변전소에서 초전도케이블로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초전도 스테이션' 방식이 가능하다. 이는 부지 확보 문제와 민원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또한 초전도케이블은 전자파를 전혀 발산하지 않으며, 원재료의 100% 재활용이 가능해 친환경적이다. 이는 고압 송전선에 대한 주민 반대의 핵심 이유인 전자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시장 확산의 과제와 전망
초전도케이블의 최대 걸림돌은 높은 생산 비용이다. 현재 일반 케이블 대비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비싸다. 이는 극저온 냉각 시스템 비용과 초전도체 소재의 높은 가격 때문이다. 초전도케이블은 영하 196도를 유지하기 위해 액체질소를 순환시키는 냉각 시스템이 필수적이며, 이 시스템은 컨테이너 2개 크기의 대형 장비다.
글로벌 시장 기회 확대
전 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유럽의 해상풍력 발전 확대, 미국의 전력 인프라 보강 사업, 그리고 AI 시대를 맞아 급증하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등이 초전도케이블의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이미 이러한 기회를 포착하고 있다. 유럽의 해저 초전도케이블, 미국의 가공선 개발, 베트남과의 기술 협력 등 다양한 해외 진출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미래 전망과 시사점
초전도케이블은 전력 인프라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혁신 기술이다. 전기저항 제로라는 물리적 특성은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전력망 구축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특히 AI와 IoT 산업 발달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점에서 초전도케이블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국이 후발주자에서 세계 기술 선도국으로 도약한 것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국제 협력의 결과다. 이제는 시장 확산을 위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 핵심 과제다. 다양한 적용 분야 확대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초전도케이블이 전력 혁명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