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취지를 밝혔다./ 국민연금기후행동 제공
22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취지를 밝혔다./ 국민연금기후행동 제공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우리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고 있는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 투자제한 전략’이 결국 감사원 심판대에 오른다.

전국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은 22일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 제한전략이 “수립 과정과 내용 모두에서 절차적 투명성과 정책적 타당성이 심각하게 결여돼 있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의 결과는 물론, 국제 기준까지 무시한 채 실효성 없는 전략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의 기금운용 전담조직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작년 12월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을 위한 투자전략’을 발표했다.

이는 2021년 ‘탈석탄 선언’ 이후 약 3년 반 만의 후속 조치로, 연금의 기후위기 대응 전환점을 기대했던 시민사회는 곧바로 실망감을 드러냈다.

◇“2030년부터 절차 적용, 사실상 면죄부 준 것”
이들은 해당 전략이 △매출 기준 50% 이상 석탄기업만 제한 △국내 적용 5년 유예 △5년간 비공개 대화라는 조건을 달아 “사실상 대다수 석탄 투자에 아무런 제약도 없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후솔루션 황보은영 연구원은 “국민연금 석탄투자 중에서도 특히 국내 비중이 더 높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대해선 2030년부터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은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조차 따르지 않은 채 국제적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략이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 공개되지 않았고, 외부 이해관계자나 국민이 이를 평가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이는 공공의 검증을 회피한 결정인 동시에 공공자산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국민연금이 공공성과 책임을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우려했다.

22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취지를 밝혔다./ 국민연금기후행동 제공
22일 오전 11시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서울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 취지를 밝혔다./ 국민연금기후행동 제공

◇국민연금 석탄투자 34조...기후·건강 이중 위협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도유라 활동가는 “34조원 규모의 석탄투자와 실효성 없는 전략은 청년들이 살아가야 할 기후환경과 연금의 장기적 수익 모두를 위협하는 파괴적인 정책”이라며 “지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은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탈석탄에 대한 의지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막대한 영향력을 인식하고 진짜 탈석탄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남환경운동연합 조순형 팀장도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2040 탈석탄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기후금융의 석탄발전 투자제한 전략”이라며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한국전력공사, 포스코홀딩스, 현대제철 등 기업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건강 피해’ 근거까지 나왔다”...정은경 장관 리더십 시험대
특히, 보건·의료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면서 이 사안은 보건복지부의 책임 문제로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기후솔루션과 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CREA)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아무런 후속 정책 없이 탈석탄을 유예한 2021~2022년 석탄발전소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1970명, 이 중 약 220명은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60+기후행동’ 강남식 운영위원은 “폭염과 이상기후는 65세 이상 노년층, 특히 취약계층 노년층에게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시급하고 심각한 위협”이라며 “기후위기 증폭과 연금 고갈을 동시에 초래하는 국민연금의 화석연료 투자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들은 또한 정은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기후위기는 환경문제를 넘어 보건 위기이며,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국민연금 탈석탄에 있어 정책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원, 제동 걸까...“의사결정 투명성 공개해야”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이번 공익감사 청구를 통해 △석탄투자 제한전략 전면 재검토 △금융배출 감축을 위한 주주활동 강화 △의사결정 과정 공개 및 국민 의견 수렴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 청구에는 약 400명의 국민이 서명으로 참여했다.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연기금의 책임투자가 점차 국제적 기준이 돼가고 있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선택한 ‘느슨한 전략’이 과연 국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 감사원의 판단과 함께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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