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동남아 최대 규모의 육상풍력단지이자, 라오스 최초의 풍력발전소인 ‘몬순 풍력발전 프로젝트’가 이달부터 베트남으로의 전력 송전을 시작하면서 아세안(ASEAN) 지역 최초의 국경 간 풍력 전력거래 시대가 열렸다.
이번 송전 개시는 10여 년에 걸친 양국 간 협상 끝에 맺은 성과로, 아세안 파워그리드(APG) 구축 및 역내 전력거래 확대에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는 평가다.
몬순 풍력단지는 라오스-베트남 국경 인근에 위치하고 있으며, 133기의 대형 풍력터빈으로 총 600MW 용량이다. 이번 사업을 위해 신규 송전선로를 건설해 해당 전력을 베트남으로 직접 송전한다.
프로젝트를 최초로 제안한 태국계 재생에너지 개발사 IES의 나트 후타누와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준비 과정에서 서류와 외교적 협의가 에베레스트를 거듭 오르는 느낌이었다”며 토로했다. IES는 베트남 국영전력회사(EVN)로부터 베트남 총리와 라오스 국회 양국 모두의 공식 승인을 받아오라는 요구를 받았다.
아세안 10개국은 각국의 상이한 정책과 이해관계, 통일된 전력시장 및 기술 기준이 부재해 국가간 대형 에너지 프로젝트의 실행에 항상 난항을 겪어왔다. 풍력단지 개발뿐 아니라 송·배전, 제도 및 기술 표준까지, 민간 개발사가 직접 하나하나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IES 외에도 태국 방착(BCPG), 태국 STP&I, 필리핀 아얄라 그룹 산하 ACEN,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라오스 SMP 컨설팅 등 다국적 기업이 두루 참여했다.
아세안 파워그리드 추진계획 아래 현재 18개의 전력망 연계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나, 절반 이상은 아직 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완공까지 최소 2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고 일부 사업은 착수일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아세안에너지센터(ACE) 파워 및 에너지연계 책임자인 나딜라 샤니 매니저는 “통합 전력시장과 표준화된 그리드 프로토콜 부재가 최대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도 본격적인 추진에 나섰다. 말레이시아의 파딜라 유소프 부총리 겸 에너지전환부 장관은 “아세안 파워그리드 로드맵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며, 오는 10월 열리는 아세안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세부계획이 확정되고, 2026년부터 단계적 이행에 착수할 것을 시사했다.
싱가포르는 국내 재생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만큼 역내 전력망 통합에 적극적이다. 싱가포르 탄 시 렝 고용부장관은 “아세안 전력망이 완전히 연결될 경우, 역내 전기요금이 3~4% 절감되고, 지역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현재 육상 및 해저 송전망 경제성을 다각도로 검토하며 대규모 수입 전력 확대도 준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