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최근 18개월간 태양광 모듈 가격이 바닥세를 면치 못한 와중에도 업계의 혁신 동력은 멈추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CRU그룹과 Kiwa PVEL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이후 PV산업은 연간 설치량 36~78%의 폭발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더 빠른 공급 확대로 사상 초유의 재고 과잉에 직면했다.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모듈 재고는 그해 설치량의 50%에 근접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 실수요가 감소한 탓이 아니라, 과도한 생산 확대가 ‘과잉공급’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올해 업계의 성장률 둔화와 함께 2025년부터는 한 자릿수 성장률 시대로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여유 재고 소진을 위한 시장 ‘여유 폭’도 줄어든 상황이다.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 일부 제조사는 수익성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제조 단가 절감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에 따라 2024~2025년 PV 모듈 품질저하 사례가 업계와 신뢰성 평가기관을 중심으로 속출하고 있다. CRU와 Kiwa PVEL 공동 ‘STAC’ 보고서에서도 품질 테스트 기준 미달 모듈이 경고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전했다.
극심한 위기 속에서도, 태양광 모듈 업계의 기술 혁신은 전혀 멈추지 않았다. 2023년 초부터 2025년 2분기 사이, 상업용 TOPCon 모듈의 최대 효율은 22.76%에서 24.06%로 1.3%p 증가했다. 동기간 백컨택트 기술은 3.0%p 오른 25.54%를 기록하며 모듈 혁신이 멈추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평균 효율로 보면 TOPCon은 1.0%p, 백컨택트 역시 1.2%p 정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이지만, 제조업체들이 공급 억제에 나서면 과잉재고 해소와 함께 2026년 초~중 가격 반등이 가능할 전망이다. 실제로 2025년 들어 중국 주요 기업들이 자율 감산에 합의, 폴리실리콘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45% 이상, 웨이퍼는 20% 줄었다. 주요 업체들은 생산 및 증설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 중이다.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2026년 전후로 모듈 전방위 가격 인상 압력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2023~2025년 TOPCon 점유율은 20%에서 80%로 급등했으며, 앞으로 2년간 업계 주도권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HJT, 백컨택트 등 차세대 기술도 도전하고 있다. CRU 분석에 따르면, HJT는 효율에서는 TOPCon과 대등하지만 생산비가 더 높아 대량상용화에는 다소 난관이 있다. 반면 백컨택트는 최고 수준 모듈 기준 TOPCon 대비 약 1.5%p 효율 우위를 보인다. 평균 효율 차는 0.5%p 내외로 집계된다.
비용구조에서도 2028년 TBC와 TOPCon 간 제조원가(COGS) 격차가 줄면서, 2030년 전후에는 TBC가 소폭 우위에 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2030년대 초 백컨택트 전환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이미 실리콘-페로브스카이트 탠덤 모듈의 소규모 양산을 시작했다. CRU는 2030년대 초 탠덤 기술이 단결정 실리콘 방식 대비 높은 효율로 대규모 보급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본격적 세대교체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향후 수년간의 효율성과 제조단가 경합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