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칠레가 36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글로벌 그린암모니아 생산량을 사실상 두 배로 늘리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현재 전 세계 그린암모니아 생산능력은 연간 약 240만 톤으로, 전통 암모니아(연간 1억 9100만 톤)에 비하면 미미하다. 그러나 칠레에서 추진 중인 5개 프로젝트가 모두 가동되면 연간 440만 톤의 그린암모니아가 추가 공급돼 시장 판도를 흔들 전망이다.
이번 사업에는 독일 국제개발협력청 GIZ의 금융서비스지원(FSA, Financial Service Assistance) 프로그램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당초 3개 프로젝트 지원을 목표로 했지만, 5개를 자문하며 목표를 67% 초과 달성했고, 추가로 7개 프로젝트가 상담을 대기 중이다. 이는 글로벌 비용·규제 장벽에도 불구하고 시장 성장세가 뚜렷하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칠레의 최대 무기는 2030년까지 수소 생산단가 1.5달러/kg 달성 전망이다. 이는 현재 글로벌 평균을 크게 밑도는 수준으로, 북부 안토파가스타(3개)와 남부 마가야네스(2개) 지역에 프로젝트를 배치해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자원과 수출항만 접근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다만, 여러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송전·물류·허가 과정에서 병목이 발생할 수 있다.
해운 연료 시장은 칠레 수출의 주요 타깃이지만, 암모니아 연료선 상용화에는 벙커링 시설·안전 시스템·엔진 기술 등 병행 인프라 개발이 필수다. 국제해사기구(IMO, 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의 탈탄소 목표가 수요를 견인하겠지만, 구체적 규제 집행력과 일정이 불확실하다.
비료 시장은 더 안정적이지만, 탄소가격제·의무 규제·기업 자발 감축 여부에 따라 가격 경쟁력이 달라진다. 특히 유럽은 기후정책 덕분에 수입 수요가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 자국 생산 확대나 수입 규제가 변수다.
총 36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금이 한 국가·한 기술에 집중되면서 투자 집중 리스크가 크다. 인프라 특성상 투자 회수기간이 길고, 수소·암모니아 시장은 가격 지표가 불안정하다. GIZ의 기술·금융 신뢰도 지원은 민간 프로젝트 대비 은행 접근성을 높일 수 있지만, 환경·사회·거버넌스(ESG) 기준 준수와 현지화 요건이 프로젝트 복잡성을 가중시킬 수 있다.
총 80만 톤의 수소 생산능력은 대규모 전해조와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통합을 요구한다. 그러나 전력망 안정성·에너지저장·생산 스케줄링 등은 아직 시범단계에서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다. 개별 사업자가 최적화하기 어려운 수출터미널·저장·변환 시설은 공동 인프라 모델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한 거버넌스 설계가 필요하다.
칠레의 비용 우위는 호주,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 등 경쟁국의 기술 혁신·정책 지원으로 잠식될 수 있다. 공급 과잉을 피하려면 장기 구매계약(Offtake) 확보가 필수이며, 가격 조건이 프로젝트 수익성을 위협할 수 있다.
유럽 시장에서는 북아프리카, 국내 생산, 다른 중남미 프로젝트가 경쟁자로 부상해 마케팅 전략의 정교함이 요구된다. 칠레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70%,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통해 국내 정책 정합성을 확보했으나, 성공 여부는 해외 시장 접근과 규제 정렬에 달려 있다. 환경평가·지역사회 수용성 등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특유의 사회적 요소도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