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18일, 일본 최대 스타트업 지원 시설인 '스테이션 에이아이'에서 KOTRA 주관으로 열린 '2025 한-일 차세대 배터리 플라자'는 단순히 경제 교류 행사를 넘어, 한일 양국이 미래 첨단 산업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첨단산업 협력 기조가 일본 제조업의 심장부인 아이치현에서 이차전지라는 구체적인 분야로 실행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일 배터리 협력, 상호보완적 가치와 전략적 중요성 가져
이번 행사는 여러 측면에서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정상회담 합의의 실질적 이행이자 관계 개선의 청신호이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협력'이 구체적인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구현되었다는 것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정치적 메시지가 경제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과거의 정치적 굴곡을 넘어 경제 협력을 통해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려는 양국의 의지를 보여준다.
둘째, 아이치현의 전략적 중요성이다. 46년째 일본 제조업 출하 1위를 지켜온 아이치현은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이 자리 잡은 '모빌리티 클러스터'의 핵심이다. 이곳이 차세대 배터리 산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특히 '아이치 차세대 배터리 추진 컨소시엄'을 출범시키고 수소경제 전담 부서까지 신설한 것은 배터리와 모빌리티 산업 전환의 핵심 거점이 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일본 제조업 중심지에서 한국의 배터리 기술 및 산업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협력을 제안했다는 것은 한국 배터리 산업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셋째, 이차전지 산업의 전략적 가치와 양국의 상호보완성이다. 이차전지는 전기차,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원으로, 기술 패권 경쟁의 중심에 있다. 한국은 K-배터리로 대표되는 셀 제조 및 양산 능력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일본은 오랜 기간 축적된 소재 및 부품 기술력에서 강점을 보인다. 과거 경쟁 구도에 머물렀던 양국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각자의 강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대일 이차전지 수출액이 3년 연속 4억 달러를 돌파했다는 수치는 이러한 상호 협력의 필요성과 수요가 이미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일 배터리 협력은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다
이번 협력의 성공적인 정착은 양국 모두에게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첫째, 기술 교류 및 공동 R&D 활성화이다. 세미나에서 한국 배터리 산업 현황 및 협력 방안이 제시되고, 국내 스타트업의 기술 피칭이 진행된 것은 앞으로도 기술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임을 시사한다. 한국의 셀 제조 기술과 일본의 고품질 소재·부품 기술이 결합된다면, 차세대 배터리 개발 및 상용화에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 리튬-황 배터리 등 미래 배터리 기술의 표준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 및 경쟁력 강화이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은 양국 모두에게 최우선 과제다. 핵심 광물 확보부터 배터리 제조, 재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협력 체계를 강화한다면,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투자 및 시장 확대 기회이다. KOTRA의 투자환경 IR 세션에서 보듯, 일본 시장은 한국 기업들에게 중요한 투자처이자 시장이 될 수 있다. 특히 아이치현과 같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배터리 관련 한국 기업들의 진출 기회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다만,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상호 이견 조율, 기술 유출 방지 등 지적 재산권 보호, 그리고 각국 산업 보호 정책과의 조화다. 하지만 배터리 수요 확대와 미래 산업 전환의 필요성이라는 공통의 목표가 확고한 만큼, 이러한 과제들은 충분히 극복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일 양국의 이번 배터리 협력은 시작에 불과하며 미래 제조·에너지 분야 전반으로 양국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한일 양국이 배터리 협력을 시작으로 수소,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도 시너지를 창출하며 동북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청정에너지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