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세계 원자력 발전이 2024년 2677테라와트시(TWh)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향후 몇 년간 이 수준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WNISR)는 지난 9월22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서, 투자 부족, 노후화, 프로젝트 지연 등이 세계 원전 발전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자력은 기후변화 대응과 화석연료 감축을 위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특히 미국은 최근 원자력을 정책의 핵심 축으로 삼고 여러 국가와 협정을 체결하며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산업의 구조적 제약은 여전하다.
2024년 원전 발전량 증가는 주로 중국의 신규 발전소 가동 확대 덕분이었다. 하지만 보고서는 2030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하려면 현재 예정된 물량 외에 신규 원전 44기 추가 착공이 필요하며, 이는 지난 10년 평균 착공 속도의 약 2.5배에 달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노후 원전의 수명 관리, 신규 프로젝트 지연, 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시스템 충격 등이 향후 원자력 발전의 성장을 제약할 요인으로 꼽혔다. 실제로 2020년부터 2025년 중반까지 새롭게 착공된 세계 원전 45기 가운데 44기가 중국과 러시아 국영기업에 의해 건설됐으며, 이집트·터키 등 신흥국에 집중됐다.
재생에너지와의 경쟁도 거세다. 보고서는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가 원자력의 21배, 신규 설비 용량은 원자력 순증 대비 100배 이상이었다고 밝혔다. 여기에 배터리 비용은 2024년 한 해에만 약 40% 하락한 반면, 원전 건설비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보고서는 “재생에너지와 배터리 저장 기술은 고도로 유연한 전력 시스템으로 발전하며, 중앙집중형 화석·원자력 체계를 압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어, 원자력 발전의 세계 전력 생산 비중은 2024년 9% 수준에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Modular Reacto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으나, 서방권에서는 아직 단 한 건의 건설도 착수하지 못한 상태다. 반면 중국은 두 개의 SMR 설계를 이미 운영하거나 건설 중이지만, 아직은 운영 데이터가 제한적이다.
이번 보고서는 원자력의 ‘부활’ 담론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차원의 대규모 신규 건설은 증거가 부족하며, 원자력의 향후 위상은 프로젝트 추진 속도와 경제성 개선 여부에 달려 있다고 결론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