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래스카 해상에 건설돼 있는 LNG터미널.
알래스카 해상에 건설돼 있는 LNG터미널.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이 한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카드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꺼내들었다. 댄 설리번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에 이어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나서는 등 미국 측의 투자 유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조선업 등에 대한 통상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너지 협력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한미 관계의 핵심 의제로 부상하고 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는 지난 2월19일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조현동 주미 한국대사와 만나 알래스카산 LNG와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댄 설리번 알래스카주 상원의원은 지난 2월5일에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로 열린 대담에 화상으로 참석, 한국 국회의원들에게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투자를 요청했다.  

설리번 의원은 당시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등으로의 LNG 수출을 통해 미국이 연간 100억 달러 규모의 무역 적자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해온 동맹국과의 무역 불균형 해소와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던리비 주지사 또한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 추진을 위한 한국과의 협력에 관심을 표명했다.  조 대사는 한국과 알래스카 사이의 호혜적 교역 관계를 강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통한 양측 간 경제 분야 연계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주목할 점은 일본이 이달 초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에서 이미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관련 합작벤처 설립을 논의했다는 사실이다. 이 회담에서 일본은 미국산 LNG 수입을 확대하기로 결정하고, 알래스카산 석유와 LNG 관련 합작 사업 논의에 나섰다. 이는 한국 정부에 대한 간접적인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조선업에 이어 에너지 분야까지 통상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며 "한국 정부로서는 까다로운 선택을 앞두고 있다"고 분석했다.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대규모 에너지 개발 사업으로, 북극해 연안 알래스카 북단 프루도베이 가스전에서 채굴된 천연가스를 약 1300km의 가스관을 통해 앵커리지 인근의 니키스키 항구로 운송한 후 액화하여 수요처로 보내는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약 450억달러(약 64조원) 규모로 예상되며, 액화 터미널, 송유관, 운송 시설 등 주요 인프라가 포함된다. 

정부는 현재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은 액화 터미널 및 송유관 건설, 쇄빙 LNG 운송선 건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쇄빙선 건조 기술과 송유관 건설에 필요한 철강 기술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할 경우 큰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안보와 통상 압박 완화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향후 한국 정부가 미국의 압박 완화를 위해 조선업과 더불어 LNG 등 에너지 분야까지 협상 카드로 활용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투데이에너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