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성중 기자] 정부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수소불화탄소(HFCs) 배출량 감축을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12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HFCs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2035년까지 약 2천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이는 오존층 파괴 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s)와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의 대체재로 널리 사용돼 온 HFCs가 높은 지구온난화지수(GWP)로 인해 오히려 기후변화의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이번 개선안을 통해 HFCs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까지 전 과정에 걸친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지구온난화 영향이 적은 저GWP 물질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정부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 HFCs 관리제도 개선안이 현장에 얼마나 안착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정부는 연구 개발 및 재정 지원, 공공 소비 촉진, 냉매 정보 표시 등 다양한 정책 수단을 통해 저GWP 물질로의 전환을 유도하고, 냉매 사용량 신고 의무화, 누출 관리 강화, 폐냉매 회수 및 재활용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전주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적인 이행 상황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특히, 2027년부터 단계적인 저GWP 물질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인 로드맵에도 불구하고, 산업계의 준비 상황과 기술 개발 속도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에 대한 의문 부호도 제기되고 있다.
산발적 관리의 한계…저GWP 전환 위한 실질적 지원 절실
그동안 HFCs 관리는 ‘오존층보호법’, ‘대기환경보전법’, ‘폐기물관리법’ 등 개별 법률에 따라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로 인해 HFCs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효과적으로 감축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EU, 일본,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별도의 법률을 제정하여 저GWP 물질로의 전환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국내 정책은 미흡한 수준이었다.
정부의 이번 개선안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HFCs 전주기에 대한 통합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 마련과 함께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저GWP 기술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연구 개발 투자 확대, 중소·중견 기업의 전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재정 지원, 저GWP 제품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 등 실질적인 지원 없이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 주요국, 강력한 규제와 인센티브 병행
해외 주요국들은 이미 HFCs 감축을 위한 강력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F-gas 관리법’을 통해 HFCs의 사용을 제한하고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은 ‘프레온류 배출억제법’을 통해 특정 제품의 GWP 목표치를 설정하고 관리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미국 역시 ‘AIM Act’를 통해 HFCs 생산 및 소비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고 사용 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단순히 규제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저GWP 기술 개발 지원, 세제 혜택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정책을 병행하여 산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냉매 정보 라벨링 의무화 등을 통해 소비자들의 저GWP 제품 선택을 장려하고, 냉매 회수 및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통해 폐기 단계에서의 배출량 감축에도 힘쓰고 있다.
정부,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과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해야
정부의 HFCs 관리제도 개선안 발표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 구체적인 제도 시행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고, 산업계의 준비 상황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정부는 앞으로 저GWP 물질 전환 로드맵을 명확히 제시하고, 기술 개발 및 설비 투자에 대한 실질적인 재정 지원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또한, 냉매 회수·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함께 관련 산업 육성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 주요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 실정에 맞는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을 조화롭게 추진해야 한다.
HFCs 감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함께 산업계, 학계,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두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용어해설)수소불화탄소(HFCs)란 오존층파괴물질(ODS)인 염화불화탄소(CFCs), 수소염화불화탄소(HCFCs)의 대체물질로 개발된 합성물질이며 냉매(71.3%), 발포제(18.4%), 소화약제(7.4%)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중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