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개념도.
그린 수소 연료전지 발전소 개념도.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효율로 보면 수소는 꼴찌지만, 필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탈탄소 사회를 위한 에너지 전환 기술로 수소(hydrogen), 배터리(battery), 히트펌프(heat pump)가 주목받고 있다. 세 기술 모두 탄소 배출 없이 에너지를 저장하거나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각각의 에너지 효율성과 적용 가능성은 극명하게 다르다. 효율 수치만 보면 수소가 가장 낮지만, 용도별로 나눠보면 수소만이 가능한 분야도 명확히 존재한다.

■ 효율의 절대강자, 히트펌프

세 기술 중에서 전기 투입 대비 에너지 전달 효율이 가장 높은 건 단연 히트펌프다. 히트펌프는 외부의 공기·지열 등을 흡수해 열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반적으로 투입 전력의 3~4배에 달하는 열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이론상 300% 이상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주거·상업·산업 난방 부문에서 히트펌프는 화석연료 기반 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외부 온도가 극히 낮거나 열 수요가 급격히 변하는 환경에서는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 충·방전 손실 낮은 배터리, 단기 저장엔 최적

배터리는 효율성과 기술 성숙도 면에서 가장 안정적인 전환 기술로 꼽힌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직접 저장할 수 있고,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도 10~15% 수준으로 낮다. 전체 에너지 효율은 85~95%에 달한다.

전력망과 연계한 저장 시스템(BESS), 전기차(EV) 보급 확대 등 도시권 및 중단기 에너지 수요 대응에는 배터리가 사실상 필수 기술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륙 간 에너지 운송이나 계절 간 저장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장기 저장에서의 물리적 한계와 비용 부담도 무시할 수 없다.

■ 수소, 효율은 낮지만 여전히 ‘불가피한 선택지’

수소는 이 세 기술 중 에너지 전환 효율이 가장 낮다. 전기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한 후, 이를 저장하고 운송하고 다시 연료전지 또는 연소로 사용하려면 총 전환 효율은 30~35%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수소는 장거리 운송, 산업용 고온열, 계절 저장, 항공·해운 등 전기화가 어려운 부문에서 유일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수소를 암모니아, 메탄올 등으로 변환해 운송하는 기술은 재생에너지 과잉 생산량을 글로벌 에너지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 효율이 전부는 아니다…‘기술의 적소화’가 해답

기술적 효율만을 기준으로 수소를 ‘비효율적인 연료’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전기차가 효율성 면에서 내연기관차를 압도하지만, 중장거리 화물트럭에는 여전히 수소 연료전지가 우위에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찬가지로 히트펌프는 주거 난방에 매우 효율적이지만, 항공 연료로는 사용할 수 없다. 기술마다 고유의 강점과 역할이 다르며, 이를 섹터별로 분리해 배치하는 ‘에너지 적소 전략’이 필요하다.

수소는 전체 효율만을 놓고 보면 가장 낮지만, ‘전기화 불가능한 분야’를 담당하는 필수적 에너지 전환 기술이다. 탈탄소 사회를 위한 해법은 ‘효율 경쟁’이 아닌, ‘기술의 조화로운 분업’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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