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의 대(對)베네수엘라 제재가 전면 재개되면서, 베네수엘라는 유일한 원유 수출국인 중국을 향해 '긴급 구조 요청'에 나섰다. 델시 로드리게스(Delsy Rodríguez)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지난주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측에 원유 구매 확대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미 행정부의 제재 완화로 한때 숨통이 트였던 베네수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와 함께 셰브론(Chevron) 철수, 베네수엘라산 원유 수입자에 대한 25% 관세 부과 등 강력한 조치로 다시 수출길이 막히게 됐다. 미국이 공식적으로 “베네수엘라 원유를 계속 사는 국가에는 후속 제재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중국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베네수엘라의 최대 채권국으로, 여전히 원유로 차관을 상환받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합작사 시노벤사(Sinovensa)의 원유 생산량은 2015년 하루 16만 배럴에서 2025년 현재 10만3천 배럴로 감소한 상태다. 동시에 중국 측은 가격 인하와 계약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갑’의 위치를 이용한 협상 압박이다.
한편,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사 PDVSA는 최근 셰브론 선적을 취소하며 4월 원유 수출량이 20% 가까이 급감했다.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를 끄고 ‘좀비 탱커’로 불리는 회피 수출도 급증하고 있어, 글로벌 원유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이번 중국 방문을 “극비이자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밝혔지만, 외신은 이를 “절박한 승부수(Hail Mary)”로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