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주필]
정부, EPR 제도 도입 검토 공식화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폐배터리 처리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정부는 전기차 폐배터리의 순환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전기차 제조사에게 재활용 책임을 부여하는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 도입 검토를 공식화한 것이다.
최근 LFP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개선되면서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사용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내년부터 양산 계획이 있는 등 LFP 배터리의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LFP 배터리는 폐차 시 배터리 대부분이 폐기물로 처리되는 문제가 있다. 주원료인 리튬과 인산철의 경제성이 낮아 재활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전기차 EPR 도입 검토 의미
환경부는 지난 5월 14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며, 재활용이 어려운 LFP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 대해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EPR은 생산자가 제품을 회수하여 재활용하거나 그에 따른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이다. 이번 발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EPR 대상으로 '배터리'가 아닌 '전기차'가 언급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LFP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가 폐차될 경우, 해당 전기차를 판매한 제조사가 배터리의 재활용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는 전기차 가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에 대한 책임 소재가 명확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산업계에서는 주문자인 전기차 제조사가 재활용 책임을 지게 되면 배터리 제조사에게 재활용이 용이한 설계를 요구하게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이는 배터리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고려하는 '친환경 디자인'을 유도하여 배터리 순환 생태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다만, 재활용 비용이 전기차 가격에 반영되면서 LFP 배터리 전기차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
정부는 EPR 도입 검토와 더불어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한다. 2027년까지 폐배터리에서 회수된 유가금속을 인증하는 '재생원료 인증제도'를 시행하고, 국내 제조 및 수입 배터리에 대해 재생원료 사용 비율 목표제를 도입할 계획이다. 초기에는 권고 수준으로 시작하지만, 점차 강제화를 검토할 수 있다.
또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해 내년까지 기술개발 실증센터를 구축하고 경제성 평가 연구를 진행한다. 현재 삼원계 배터리에 맞춰진 각종 기준도 LFP 배터리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정비할 예정이다. 사용 후 배터리의 재사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재사용 제품군을 환경표지 인증 대상에 포함하고 조달청 혁신제품으로 지정하는 등 판로 개척도 지원한다.
전기차 폐배터리 문제는 단순히 폐기물 처리 차원을 넘어 환경 보호, 핵심 원자재 확보, 그리고 산업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 중요한 사안이다. 정부의 이번 방안은 급증하는 폐배터리에 대비하고, 특히 재활용의 사각지대에 있던 LFP 배터리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전기차 제조사의 EPR 도입은 재활용 책임을 명확히 하고 친환경 설계를 유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LFP 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과 경제성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계획대로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고 기술 지원이 이루어진다면 폐배터리에서 핵심 원자재를 회수하여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자원 순환 산업을 육성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이번 '배터리 순환이용 활성화 방안'이 지속 가능한 배터리 생태계를 구축하고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