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 상원이 러시아산 화석연료를 수입하는 국가에 대해 최소 500%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초강경 제재 법안을 발의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초당파로 발의된 이번 법안은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 △석탄 △석유화학제품을 포함한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거나 유통·거래하는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하며, 이미 100석 중 81명의 상원의원이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해당 법안에는 ‘제3국 제재(세컨더리 제재)’ 조항이 포함돼 있어, 직접 러시아와 거래하지 않더라도 러시아 에너지를 재수입하는 네덜란드·벨기에·스페인·헝가리·불가리아 등 유럽국가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 투르크스트림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 오히려 증가… 이중잣대 비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연합(EU)이 대러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실은 반대 양상이다. ENTSOG(유럽가스송전사업자그룹) 자료에 따르면, 2025년 5월 기준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투르크스트림(Turkstream) 송출량은 일평균 46백만㎥로 전달(41.7백만㎥) 대비 10.3% 증가했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으로 공급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송로로 투르크스트림 의존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편, 러시아의 유럽 연간 가스 공급량은 20182019년 1750억1800억㎥였던 것에 비해, 2024년 기준 약 320억㎥로 급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EU의 두 번째 LNG 공급국(추정 연간 472억㎥)이며, 2025년 2월 기준 EU의 러시아산 연료 수입 총액은 2,090억 유로에 달한다.
■ 러시아산 에너지 대체는 선택 아닌 필수… 유럽, 에너지 전략 전환 시급
유럽 내 반러 정당과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 등은 이번 미국 상원의 제재안이 유럽의 실질적 탈러시아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슬로바키아·헝가리처럼 러시아산 가스에 높은 의존도를 보이는 국가는 직격탄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은 미국산 LNG와 아제르바이잔, 동지중해산 가스 등의 수입을 확대해 공급망을 다변화하고자 하나, 아직까지 장기계약 체결 실적은 미미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제재 법안이 유럽 가스 시장에 단기적 가격 상승 압력을 줄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탈러시아 공급전략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 에너지 안보의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며, “이제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한 선언적 발언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체 계약과 투자 실행이 요구된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