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추진 암모니아운반선 조감도./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개발한 암모니아 연료추진 암모니아운반선 조감도./한화오션 제공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암모니아 연료가 해운·조선의 탄소중립 해법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상용화를 가로막는 결정적 변수가 ‘오수(汚水)’라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탄소 배출이 ‘0’인 연료이지만, 그 부산물인 오수의 독성은 여전히 기준 밖에 놓여 있다.

이제 조선산업의 연료 전환은 단순한 엔진의 문제가 아닌, ‘배출물의 운명’을 결정짓는 국제적 기술 규범의 싸움으로 옮겨가고 있다.

■ ‘탄소 없는 연료’의 그림자, 독성 오수

암모니아(NH₃)는 연소 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대표적인 탈탄소 연료로, 수소보다 저장·운송이 용이하다는 장점 덕분에 대형 선박의 차세대 연료로 급부상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따로 있다. 연료공급 시스템과 연소 후 배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습식처리 오수(wet effluent)에 포함된 암모니아 성분은 강한 독성과 부식성을 지니고 있으며, 해양에 배출될 경우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제해사기구(IMO)에는 이 오수의 구체적 저장·처리·배출 기준이 없다. 이로 인해 조선소는 설계 기준이 불명확하고, 선사는 운항 리스크를 떠안아야 하며, 인증기관은 평가 기준이 없어 애매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기술적·법적 회색지대가 형성돼 있다.

■ 기술보다 규제가 느리다… ‘기준이 있어야 상용화도 가능하다’

2025년 기준으로 암모니아 연료 추진선박의 상용화 프로젝트는 이미 HD현대,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를 중심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오수 처리’ 기준이 없다는 점에서 선주에게는 불확실성 리스크, 조선소에는 설계 반복 비용, 규제기관에는 사고 발생 시 책임 공방이 뒤따를 수 있다.

즉, 암모니아 연료의 기술은 성숙하고 있으나, 배출물 기준의 미비는 상용화의 가장 큰 장애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 기준이 없다는 것은 수출 경쟁력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 한국이 ‘오수 기준’을 선도하는 이유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선급(KR), 국내 5대 조선소,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이 공동 출범시킨 암모니아 오수 협의체는 단순한 산업계 기술 대응이 아니다. 이는 사실상 ‘글로벌 기준을 한국이 먼저 만든다’는 기술외교 전략이다.

2025년 4월 IMO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는 한국의 기준 필요성 제안을 공식 승인했고, 2026년에는 우리나라가 주도한 ‘암모니아 오수 해양 배출 기준’ 초안이 국제사회에 제안될 예정이다.

이는 곧 한국이 암모니아 선박 시장의 룰 메이커(rule-maker)로 자리 잡을 수 있는 기회이며, 상용화 전환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될 수 있다.

■ “오수 기술 없이는 암모니아 상용화도 없다”

친환경 선박이 성공하려면 연료 자체뿐 아니라 그 부산물까지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암모니아 연료의 미래는 연소 효율이나 엔진 신뢰성이 아닌, ‘그 후에 남는 것’에 얼마나 책임질 수 있는가에 달렸다.

한국이 주도하는 이번 협의체 활동은 단지 오수 기준을 만드는 작업이 아니라, 암모니아 연료의 기술적 미래와 국제 경쟁력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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