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유럽연합(EU)이 브라질이나 이집트 등 재생에너지원이 풍부한 국가들로부터 암모니아 형태로 재생수소를 수입할 경우, 오히려 역내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청정운송위원회(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 ICCT)는 최근 ‘EU 내 재생수소 및 전자연료 수입의 경제성과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EU가 재생수소 및 전자연료(e-fuels)의 도입 확대를 위해 협력 중인 브라질과 이집트를 주요 사례로 삼아, 수입 대 자급의 경제적 타당성과 환경적 영향을 비교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브라질이나 이집트는 EU보다 재생수소 생산단가가 낮은 국가로 분류되지만, 이를 EU로 수입하기 위해서는 암모니아 형태로의 전환, 장거리 운송, 이후 재변환(크래킹) 과정이 필요해, 이 부대비용만 해도 생산원가에 필적할 만큼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간 수준의 기술 비용과 브라질 정부의 현행 인센티브를 가정한 2030년 시나리오에서도, 브라질에서 재생수소를 수입하는 총비용은 EU 내 평균 생산비보다 약 50% 높다는 것이 ICCT의 분석이다.
반면 전자연료의 경우에는 수입 단가가 EU 내 생산비보다 낮을 가능성이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이 역시 화석연료(특히 디젤) 대비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려면, 탄소가격 인상뿐 아니라 재생전력·전해조·직접공기포집(DAC) 기술 등에서 획기적 비용절감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ICCT는 "2030년까지는 브라질이나 이집트에서 수입한 e-디젤이든 EU 내에서 생산된 것이든, 리터당 최소 2유로 이하로 가격이 내려가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의 정책 및 기술 수준에서는 전자연료가 기존 화석디젤 대비 가격 우위를 점하기는 어려우며, 다만 수입하는 것이 EU 내 생산보다 평균 20% 정도 저렴할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한편 EU는 재생수소의 탈탄소 효과를 확보하기 위해 ‘추가성(additionality)’ 요건과 재생전력의 공급 위치 및 시간 일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입 수소 및 전자연료도 제3자 인증을 통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만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ICCT는 특히 이집트처럼 화력발전 비중이 높은 국가의 경우, 재생수소라 하더라도 그 전력원이 화석연료라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