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천연가스 저장 의무 시점을 기존보다 유연하게 조정하기로 했다.
EU 의회는 최근 본회의에서 찬성 542표, 반대 109표로 천연가스 저장률 목표 기한을 완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긴급히 강화되었던 에너지 위기 대응 정책의 첫 완화 사례로 평가된다.
기존 규정은 매년 11월 1일 기준 가스 저장률 90%를 의무 달성하도록 정하고 있었으나, 개정안은 이를 10월 1일부터 12월 1일 사이에 도달하면 되는 것으로 기한을 넓혔다. 아울러 시장 상황에 따라 최대 ±10%포인트의 편차를 허용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가 추가로 ±5%포인트 조정할 권한을 갖도록 규정했다.
■ 에너지 위기 후속 조치…시장 부담 완화 초점
이번 법안은 2027년까지 2년 연장 적용되며, 재고 확보 과정에서의 시장 왜곡 및 가격 급등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2022~2023년 겨울, 비상 비축 목표를 맞추기 위해 유럽 각국이 가스 확보에 몰리며 가격이 급등했던 전례가 있다.
완화 조치는 다음과 같은 이점이 기대된다. △저장 의무 시점 유예로 비수기 시장 변동성 완화 △가격 상승기 진입 시 강제 매입 부담 경감 △개별국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 가능
■ 정책 신뢰 유지…의무 비율은 ‘90%’ 유지
비록 시기는 완화됐지만, 저장 목표 자체(90%)는 유지됨에 따라 정책 신뢰도와 에너지 안보의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다수 국가가 10월 말 이전에 목표치를 달성했으며, 기술적으로도 이행 가능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한편 이 법안은 회원국들의 최종 승인 절차를 남겨두고 있으나, 본질적 내용 변경 없이 무난히 채택될 전망이다.
EU의 이번 결정은 에너지 안보와 시장 유연성 사이의 균형점을 모색한 사례로, 천연가스 시장의 과도한 가격 왜곡을 피하고 공급자-수요자 간의 합리적 조정 여지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생에너지·수소 등 대체 에너지원과의 통합 속도에 따라 추가적인 구조 개편도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