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수소野望, 아프리카로 향하다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연간 1000만 톤의 그린수소(Green Hydrogen) 수입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핵심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북아프리카-유럽 수소 파이프라인 ‘SoutH2 Corridor’ 프로젝트다. 최근 EU는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탈리아 H2 Backbone 구축에 2740만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SoutH2 Corridor는 알제리(Algeria), 튀니지(Tunisia) 등 북아프리카 생산지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을 연결하는 총 3300km 규모의 수소 전용 파이프라인이다. 해당 인프라는 2030년까지 유럽 수소 수입 목표의 최대 40%를 충당할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설계됐다.

■ 알제리·튀니지, 수출 전략은 ‘걸음마’…공급량은 전체 용량의 8% 수준

그러나 수요자인 유럽과 달리 공급 측인 북아프리카 국가는 아직 준비가 미비한 상태다. 알제리와 튀니지는 자체적인 수소 수출 전략을 아직 수립하지 못했으며, 현재까지 확정된 공급량은 파이프라인 전체 용량의 8%인 연간 33만 톤에 불과하다.

이는 구조적으로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 생산 인프라 부족, 정책적 지원 부재, 내수 전력 수급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공급국의 ‘전력-수소-수출’ 연계 정책이 부재한 상태에서는 유럽이 원하는 공급량과 속도를 맞추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 유럽의 청정수소 전략, 아프리카에 기회이자 위험

EU는 탈러시아 에너지 전략 및 탄소중립 전환 기조에 따라,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을 수소 수입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산 그린수소가 유럽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책적 인센티브, 투자 보호, 기술이전 등이 병행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유럽의 자금 투입에 비해 아프리카 현지의 대응 속도가 느리고, 정치적 리스크도 상존한다. 알제리와 튀니지는 전력 인프라 내재화 및 수소 전용 허브 구축 계획이 부족해, 공급망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확보 측면에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결국 SoutH2 Corridor는 단순한 기술 인프라 구축을 넘어, 양 대륙 간 전략적 신뢰와 상호 정책 정렬이 필수적인 공동 수소 시장 구축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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