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이상석 기자] 미국 텍사스주가 전통 에너지 강자의 위상을 바탕으로 수소산업의 선두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풍부한 화석에너지 인프라와 연방정부의 대규모 투자, 그리고 민간기업의 전방위적 참여가 결합되며, 멕시코만 연안은 ‘차세대 수소 허브’의 중심지로 주목받고 있다.
2024년 말부터 2025년 중반까지 텍사스 멕시코만 지역은 ‘수소 붐’의 최전선에 섰다. 연방정부가 12억달러 규모의 예산을 투입해 조성 중인 ‘멕시코만 수소허브’와 민간주도의 ‘하이벨로시티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연간 180만톤 이상의 수소를 생산하고, 수소 전용 인프라를 대규모로 구축할 예정이다.
에어리퀴드, 쉐브론, 엑슨모빌, 플러그파워 등 에너지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하며, 기존 1000마일에 이르는 수소 파이프라인과 석유화학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에어리퀴드는 45억 입방피트 규모의 수소 저장소인 ‘스핀들탑’ 시설을 운영 중이며, 이는 미국 내 최대 수준의 저장용량을 자랑한다. 플러그파워는 2025년까지 텍사스에서 하루 500톤의 그린수소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쉐브론과 엑슨모빌은 저탄소 수소 생산과 파이프라인 확충에 협력하고 있으며, 하이벨로시티는 멕시코만과 남부 텍사스에 총 8개의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구축 중이다.
텍사스는 풍부한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를 바탕으로, 그린수소와 블루수소 양축 전략을 추진 중이다. 풍력·태양광을 활용한 수전해 방식의 그린수소와, 탄소포집저장(CCS)을 결합한 블루수소 모두에 주력한다.
특히 천연 염곡을 활용한 지하 수소 저장이 가능해 에너지 안보 강화와 수요·공급 간 균형 유지를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신규 파이프라인 건설은 향후 국내외 공급망과의 연결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기능할 예정이다.
에어리퀴드 북미법인 CEO 애덤 피터스는 “텍사스는 수소 산업의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며 “플러그파워 등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해 수소 전환 시대의 ‘퍼스트 무버’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하이벨로시티와 멕시코만 허브에 집중되고 있는 연방지원금은 미국 전체 수소허브 예산의 약 6분의 1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를 통해 텍사스는 미국 내 수소 전략에서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수소산업 급성장에는 부작용 우려도 따른다. 202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텍사스 수소산업이 2050년까지 주 전체 수자원 소비의 최대 6.8%를 차지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이미 물 부족을 겪고 있는 멕시코만 연안 지역에 적잖은 부담을 줄 수 있다.
또한 블루수소의 경우 CCS 기술을 활용하더라도 결국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진정한 청정에너지’로 볼 수 있느냐는 논란도 여전하다.
텍사스는 수소경제를 통해 석유 의존에서 벗어나 ‘탈탄소 에너지 강국’으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다. 전문가는 “풍부한 자원과 산업기반, 수소 인프라가 결합된 텍사스야말로 글로벌 수소경제의 중심이 될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수자원, 탄소배출, 지역사회와의 조율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수소 투자는 텍사스를 움직이는 또 하나의 ‘에너지 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