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글로벌 메가 기업’인 구글이 AI 확산으로 인한 에너지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2024년 자사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전년 대비 12% 감축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체 탄소발자국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은 11일(현지시각) 발표한 ‘2025년 환경보고서’를 통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3년보다 27%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효율화와 청정에너지 확대를 통해 감축 성과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실제 같은 해 청정에너지 설비 25곳이 새로 가동됐고, 미국·유럽 주요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이 추가로 구축됐다. 하지만 전체 배출량은 줄지 않았다.
탄소배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공급망(Scope 3) 배출이 전년 대비 22% 급증하면서 전체 탄소발자국을 끌어올린 것이다.
보고서는 “스코프3 배출이 전체 배출량의 73%를 차지하며 2019년 대비 25%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공급업체들이 여전히 화석연료 기반 전력망에 의존하고 있어, 넷제로 전환을 가로막는 구조적 병목으로 지목됐다.
◇지역 불균형과 제도 미비...AI 기업의 ‘그린 갭’
보고서에 따르면, 구글은 공급업체에 에너지 평가 도구를 제공하고 2029년까지 생산 전력의 전량을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도록 요구하는 ‘청정에너지 부속합의서(CEA)’도 도입했다.
일본의 한 공급사는 이를 통해 전환에 성공했지만, 다수의 협력사는 여전히 이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구글은 블랙록 포트폴리오 기업인 뉴그린파워와 협력해 대만에 1GW 규모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노후 송전망, 기술 격차, 규제 복잡성 등 구조적 장벽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보고서는 이를 두고 △노후 송전망 △청정에너지의 상대적 고비용 △단절된 전력망 △기술 성숙도 불균형 △세제 및 규제 복잡성 등을 주요 장벽으로 지적했다.
이런 문제는 아태지역뿐 아니라 미국 일부 지역에서도 발생하고 있으며, “기업 단독 해결이 아닌 산업·정부·기술 전반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기술만으론 부족”...AI 기반 감축 해법 병행
구글은 에너지 생산뿐 아니라 AI 기반 탄소 감축 솔루션을 전방위로 확장 중이다. 구글맵의 연료 효율 경로 안내 기능으로만 27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으며, 신호 최적화 툴 ‘그린 라이트’는 도심 교차로 정차율을 최대 30% 줄인 성과를 거뒀다.
또 기후 복원력 강화 차원에서 산불 감지를 위한 ‘파이어셋(FireSat)’ 위성, 홍수 예측을 위한 ‘웨더넥스트’ 모델을 운영하며 기술 기반 위기 대응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복잡한 배출 구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자성도 함께 담겼다.
케이트 브랜트 구글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는 “기술력만으로는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며 “자원의 집중과 함께 비용·품질·감축 속도를 고려한 다양한 해법을 병행 적용하고, 외부 요인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 ‘그린’, 공급망 ‘그레이’
AI 수요 대응과 전력 사용 증가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구글이 자사 인프라의 탈탄소화에는 진전을 보이고 있으나 협력사와 공급망의 전환 속도는 여전히 부진하다는 점이 이번 보고서에서 가장 두드러진 문제점이다.
환경보고서가 단순한 ‘성과 발표’가 아닌 ‘구조적 한계와 불균형’에 대한 경고로 읽혀야 하는 이유다. 결국, 데이터센터가 ‘그린’해져도 공급망이 ‘그레이’하다면, 넷제로 전략의 지속 가능성은 의문부호를 피할 수 없다.
■용어설명
·Scope3=직접적인 제품 생산 외에 협력업체와 물류는 물론,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총 외부 탄소 배출량을 의미한다. 스코프1은 제품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직접 배출, 스코프2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동력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간접 배출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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