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14년간의 내전으로 에너지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된 시리아에 미국 기업들이 대거 복귀하며, 본격적인 에너지 재건 프로젝트가 가동되기 시작했다. 특히 석유, 가스, 전력 전반에 걸친 '마스터플랜(Masterplan)' 수립이 예고되며 중동 지역 내 에너지 지형의 변화도 예상된다.
■ 트럼프의 제재 해제, 시리아 투자 재개 신호탄
2025년 6월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단행한 시리아 제재 해제는 국제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대외 제재 중 가장 엄격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시리아 관련 금융·에너지·인프라 제재를 사실상 해제한 것이다.
이에 따라 Baker Hughes, Hunt Energy, Argent LNG 등 미국의 대표적인 에너지 기업들이 시리아 정부 및 민간 기업들과의 협력에 나섰다. 이들 기업은 파트너십을 통해 시리아의 석유, 천연가스, 발전 부문에 대한 통합적인 마스터플랜을 수립할 계획이다.
Argent LNG는 “탐사 및 생산부터 발전에 이르는 벨류체인 전반에 걸친 활동이 포함될 것”이라며, LNG 인프라 및 발전소 운영에까지 걸쳐 복합 프로젝트를 추진할 것임을 밝혔다.
■ 발전설비 85% 붕괴…1.6GW로 추락한 에너지 시스템
시리아는 2010년대 초 내전이 발발하기 전까지 9.5GW에 달하는 발전설비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장기간의 무력 충돌과 국제 제재로 인해 국가 전력망은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고, 현재 가동 중인 발전설비는 1.6GW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 전력 공급은 물론, 생활용 전력 수요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며, 국제사회는 시리아 재건을 위한 ‘에너지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이에 발맞춰 시리아는 지난 5월, 카타르의 대형 복합기업인 UCC 홀딩(UCC Holding)과 70억 달러 규모의 발전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는 천연가스를 활용한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美-카타르 동시 진출…중동 에너지 판도 변화 조짐
미국과 카타르가 동시에 시리아 에너지 시장 진출을 선언한 것은 단순한 경제 협력이 아니라, 중동 지역의 에너지 외교와 지정학적 판도에 중요한 변화를 암시한다.
미국은 에너지 안보와 전략적 거점 확보 측면에서 시리아의 재건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중동 내 입지를 재강화할 수 있다. 카타르는 LNG 수출국으로서 인프라 확장을 통해 국제 영향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전문가들은 “시리아 재건은 단순한 복구 작업이 아닌, 글로벌 에너지 메이저들이 중동의 미래 질서를 다시 짜는 신호탄”이라며, “향후 이란, 사우디, 러시아 등과의 복잡한 역학 구도가 전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