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시리아가 14년 만에 공식적으로 원유를 해외로 수출하며 국제 에너지 시장 복귀를 알렸다.
중질유(Heavy Crude Oil) 60만 배럴이 선적된 니소스 크리스티아나호(Nissos Christiana)가 최근 타르투스(Tartus) 항을 출항했다. 이번 수출은 B Serve Energy와의 계약에 따른 것으로, 내전과 제재로 봉쇄됐던 시리아 석유 산업이 회생의 신호를 보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 내전과 제재로 붕괴된 석유 산업
2011년 내전 발발 이전 시리아는 하루 평균 38만 배럴을 수출하는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ISIS의 유전 장악, 기반시설 파괴, 서방 제재가 겹치며 생산량은 2014년 하루 2만5000배럴까지 급락했다. 이로 인해 시리아는 사실상 원유 수출국 지위를 잃고, 에너지 수급을 위해 이란산 원유 의존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로 전락했다.
특히 바니야스(Baniyas)와 홈스(Homs) 지역 정유시설의 가동률이 크게 떨어지면서 국내 석유화학 기반도 무너졌다.
■ 정세 변화가 만든 기회: 제재 해제와 해외 투자
최근 몇 년간 시리아 석유 산업을 옥죄던 정치적 상황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Bashar Al Assad) 대통령 축출에 이어, 올해 6월 미국이 시리아에 대한 일부 제재를 해제하면서 에너지 분야 투자와 협력이 가능해졌다.
올해 5월에는 두바이의 DP 월드(DP World)와 8억 달러 규모 타르투스 항만 개발 계약이 체결됐다. 이 계약은 수출입 물류의 핵심 거점 기능을 회복시키는 기반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 이라크와의 송유관 복원 협의…수출 확대 기대
또한 시리아는 8월 이라크와 키르쿠크-바니야스(Kirkuk-Baniyas) 송유관 복원 협의에 나섰다. 이 송유관은 과거 시리아가 주요 수출 경로로 활용했던 인프라로, 복원이 성사될 경우 안정적인 원유 수송과 대규모 수출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수출은 단순한 선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리아가 국제 시장에 다시 등장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중동 내 에너지 네트워크 재편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전망: 시리아, “재수출국”에서 “안정 공급자”로 변신할까
시리아의 이번 첫 수출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는 제한적 규모지만, 14년 만의 복귀라는 상징성을 가진다. 그러나 △정치적 불안정 △기반시설 복구 지연 △국제 금융 제재 위험 등은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재 완화, 아랍권·이란과의 협력 강화, 이라크 송유관 복원 등 일련의 조치들은 시리아가 단순한 시험적 수출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안정적 공급자’로 변신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 용어 설명 :
· B Serve Energy = 최근 시리아와의 계약을 통해 타르투스(Tartus) 항에서 14년 만에 재개된 원유 수출을 주관한 에너지 기업으로, 국제 원유 트레이딩과 공급망 관리 분야에서 활동하는 신흥 플레이어. 이 회사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에서 원유·석유제품의 선적·조달·물류 네트워크 구축에 주력하고 있으며, 서방 메이저 기업들이 제재와 리스크 문제로 빠져나간 틈새를 공략해 입지를 확대해왔다. 특히 이번 계약을 통해 시리아 중질유 60만 배럴을 국제 시장으로 선적한 첫 사례를 만들면서, 시리아의 석유 산업 재개 과정에서 전략적 교두보 역할을 담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