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튀르키예가 아제르바이잔産 천연가스의 시리아 수출을 개시하며,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처음으로 시리아에 외부 에너지원이 공급됐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연료 거래를 넘어 △시리아 전력망 재건 △중동 에너지 협력의 새로운 축 형성 △지정학적 연대 재편 가능성이라는 복합적 의미를 담고 있다.
■ 14년 만에 재개된 대규모 에너지 수출…시리아 재건에 첫 단추
올해 5월 체결된 튀르키예-시리아 간 합의에 따라 이번 주부터 아제르바이잔산 천연가스가 튀르키예 남부 킬리스(Kilis)를 거쳐 시리아 알레포(Aleppo)로 수송되기 시작했다. 초기 물량은 비공개이나, 시리아 대도시 전력망 복구를 위한 최소 수준부터 공급 개시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이후 전력 인프라가 사실상 붕괴돼, 현재도 일부 대도시에서 하루 20시간 이상 정전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번 가스 수입은 지난 12월 출범한 신 행정부가 재건을 국가 최우선 정책으로 내세운 이후 이뤄진 첫 대형 에너지 인프라 협력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 튀르키예-아제르바이잔-시리아, 3자 에너지 연대 가속화
이번 공급 개시는 단순한 상업적 거래를 넘어 중동 에너지 협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튀르키예는 동서 에너지 허브 전략을 강화하고 시리아 시장 복귀 기반을 확보했다. 아제르바이잔은 기존 남캅카스-유럽 수출 루트 외 중동 신규 시장을 개척했다. 시리아는 전력망 복구·경제 재건·국가 정상화의 ‘실질적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협력이 향후 △장기 공급계약 △전력발전소 공동 건설 △파이프라인 인프라 확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지정학적 파급효과…중동 에너지 질서 재편 촉발할 수도
이번 삼각 협력은 러시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등 전통적인 중동 에너지 강국들의 입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시리아가 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신규 에너지 축에 편입되면서, 러시아 가스 의존에서 일부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시리아 내전의 잔존 불안 △제재 리스크 △안전한 에너지 운송망 확보 문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으로 남아 있다. 일부 국제 전문가들은 이번 프로젝트가 "정치적 선언 이상의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국제 제재 완화·전력망 복원 프로젝트 투자 확대가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