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에서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의 확산이 예상보다 가파른 전력 수요 증가를 촉발하며, 폐쇄 예정이던 화력발전소를 되살리고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까지 불러오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AI 기반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미치는 영향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 AI, 기존 소프트웨어 대비 최대 33배 에너지 소모…데이터센터 ‘전력 블랙홀’로 부상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와 로이터(Reuters) 보도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스템은 기존 소프트웨어 대비 최대 33배의 전력을 소비한다.
AI 기반 인터넷 검색은 일반 검색 대비 약 10배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거대 언어 모델(LLM)을 활용한 질문·응답형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서버·냉각 시스템·고성능 GPU 전력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 같은 AI 특유의 고전력 구조가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확대와 맞물리면서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미국 남동부 지역 전력망은 이미 초과 수요에 직면해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지역 전력 사용량의 최대 8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 폐쇄 예정이던 화력발전소 17곳 재가동…신규 가스발전소 20GW도 추진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급 불균형으로, 미국 일부 지역에서 폐쇄가 예정됐던 화석연료 발전소 17곳이 재가동을 결정했다.
또한 2040년까지 20GW 규모의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도 잇따라 제출됐다. 특히 버지니아(Virginia), 노스·사우스 캐롤라이나(North·South Carolina), 조지아(Georgia) 지역 전력회사들은 향후 15년간 3만2600MW 규모의 추가 전력 수요를 예상하며, 이 중 65~85%가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에서 기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 목표가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수요 급증이 신규 화석연료 발전 의존도를 높여 2035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 구글, AI 확산으로 5년간 탄소배출 48% 급증…“2030년 탄소중립 달성 난관”
빅테크 기업들도 AI가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미칠 영향을 인정하고 있다. 구글(Google)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5년간 자사 탄소배출량이 48% 증가했다고 밝히며, "AI 도입 확대가 2030년까지 목표한 탄소중립 달성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AI 기술이 생산성 혁신을 이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력·탄소 배출 부담이라는 역설적 문제가 부각되면서 ‘친환경 AI’ 기술 개발, 데이터센터 효율화, 재생에너지 확대가 글로벌 ICT·에너지 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용어 설명 :
·EIA(Energy Information Administration, 미국 에너지정보청) 원자력 화력 현황 = 2025년 기준 미국에는 54개 원자력발전소에서 92기의 원자로가 가동 중이며, 전체 전력 생산량의 약 18~19%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원전은 주로 일리노이, 펜실베이니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 등 중동부와 남동부 지역에 집중돼 있다. 평균 가동률은 90% 내외로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 평가받는다. 다만 신규 원전 건설은 비용 상승과 인허가 지연으로 제한적이며, 일부 노후 원전의 단계적 폐쇄 논의도 병행되고 있다.
화력발전의 경우 천연가스와 석탄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2025년 현재 천연가스 발전소는 미국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약 43%를 차지하며, 셰일가스 혁명 이후 주요 전력원으로 부상했다. 석탄발전은 2000년대 중반 50%를 넘던 비중이 현재 17~18%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했지만, 여전히 중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최근 AI 데이터센터 확충과 전력 수요 증가로 인해 일부 폐쇄 예정이던 석탄 및 가스 화력발전소 17곳이 운영을 연장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으며, 2040년까지 약 20GW 규모의 신규 가스발전소 건설 계획도 제출돼 전력망 안정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