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에너지]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인간은 극한의 힘을 발휘한다. 과거 IMF 위기 당시, 김대중 정부는 문화와 IT를 미래 산업의 핵심 축으로 삼아 집중 지원했다. 아시아의 변방에 불과했던 한국은 현재 K-컬처(팝, 드라마, 푸드 등)로 전 세계를 매료시키고 있다.
지금 세계는 공정무역 시대가 저물고, 안보 경제라는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중국에 대해 엔비디아 최신 GPU 칩의 수출을 금지한 이후, 중국은 상대적으로 성능이 낮은 GPU로도 챗GPT와 성능을 견줄 수 있는 딥시크(DeepSeek) 기술을 발표했다. 국내에서 막대한 비용으로 LLM(Large Language Model, 대규모 언어모델)을 개발하던 카카오, 네이버, LG, KT 등은 중국산 저비용 솔루션의 등장으로 다시 자체 LLM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성능 GPU 의 높은 가격은 자체 개발의 큰 걸림돌이다.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하는 기업에 메타가 투자 및 인수를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정치권에서는 '국가 미래 기술을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김대중 정부는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전국에 PC 보급을 확대했다. 운영체제(DOS, 리눅스, 윈도우)의 국산화 시도도 있었지만, 여전히 CPU는 미국 인텔에서, 운영체제는 MS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현실이다. 30년이 지난 지금, K-컬처는 세계적 성공을 거뒀지만, K-IT는 메모리 반도체 외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기술은 하드웨어(GPU, HBM 메모리)와 소프트웨어(LLM)다. 최근 정부는 한국형 LLM 개발을 위해 대량의 GPU를 구매하고 민간에 지원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GPU는 매년 성능이 20% 이상 개선되며, 엔비디아 2024년형 AI GPU B200 1개를 탑재한 AI 서버(또는 액셀러레이터 노드) 1기가 약 14킬로와트(kW)의 전력을 소비한다.
엔비디아의 DGX GB200 NVL72 시스템(B200 72개 탑재)은 총 전력 소비가 최대 120kW에 달한다. 이를 GPU 개수로 나누면 대략 GPU 1개당 1.6kW 이상 소비한다. 원자력 발전소 1기는 1GW의 전력을 생산하는데, GPU 5만장 이상이 도입되면 원전 1기 분량의 전력이 필요하다.
유력 대선 후보들은 각각 2030년까지 50만개, 5만개의 GPU를 구매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GPU 50만장 도입시 원자력 발전소 최소 10기가 필요하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전력 7GW, 즉 5기 이상의 원전 신설이 요구된다. 정부는 현재 2038년까지 원전 4기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만 발표한 상태다.
하드웨어 GPU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LLM도 중요하다. LLM은 최소 6개월마다 최신 데이터재학습이 필요하고, 기존 모델의 인식률도 90%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메타는 기존 LLM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LCM(Language Comprehension Model)이라는 신기술을 발표했다.
미국은 오픈소스 생태계 기반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를 지속 지원하면서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 왔다. 국가와 기업이 함께 장기적 지원에 나선다면, 개발된 소스는 무료 공개되어 산업 전반의 개발 비용을 절감하고, 각 기업은 이를 활용해 고부가가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수 있다. 핵심은 전문가가 한 분야에 몰입해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창의적 접근이 필요하다. 밤에는 전력이 남아 저렴하게 판매되거나 버려지는 일이 많다. 지구 반대편에 AI 데이터센터를 설치하면, 낮 시간의 전력을 저렴하게 활용할 수 있고, GPU 서버의 발열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적도 근처에 태양광 발전을 활용한 데이터센터를 설치함으로써 지구온난화 문제에도 기여할 수도 있다.
AI 시대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서는 단순한 장비 확보를 넘어서 전력, 기술,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종합적 전략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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