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엑슨모빌(ExxonMobil)이 유럽연합(EU)의 미국산 LNG 장기계약 체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미·EU 간 에너지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는 EU가 지난해 약속한 7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에너지 구매 약속의 연장선으로, 단기 스팟 거래 중심이던 유럽의 LNG 조달 전략이 장기적 안보 체제로 옮겨가고 있음을 시사한다.
EU는 기후 목표를 이유로 그간 화석연료 장기계약 체결을 꺼려왔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가스 수입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태도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엑슨모빌은 “유럽이 미국산 LNG 수출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으며, 다음 단계는 장기 계약 체결”이라고 강조했다.
유럽 주요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장기 계약을 통해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에니(ENI)는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과 연간 200만 톤 규모의 20년 계약을 체결했고, 독일 국영 에너지기업 세페(SEFE)는 코노코필립스(ConocoPhillips)와 10년 계약, 벤처글로벌과 20년 계약을 각각 체결했다. 이는 러시아산 가스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미국산 LNG를 에너지 안보의 핵심 축으로 편입하는 결정적 행보다.
현재 유럽의 LNG 수입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으며, 그중 미국산이 55%를 차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산 LNG 점유율이 향후 최대 7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는 유럽이 러시아 의존도를 근본적으로 낮추고, 미국과의 에너지 동맹을 제도화하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EU가 미국산 LNG와 장기계약을 본격화한다면, 이는 단순한 거래를 넘어 지정학적·안보적 성격의 에너지 동맹을 공고히 하는 의미를 지닌다”며 “기후 목표와 에너지 안보라는 상충 과제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향후 관건”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