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미화 의원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서미화 의원실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대가로 공공기관이 낸 부담금이 지난해에만 250억원을 넘겼다. 문제는 그 부담금이 ‘페널티’가 아닌 ‘면죄부’처럼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자리는 줄지 않고, 돈만 줄줄이 빠져나가는 기형적 구조. 결국 장애인은 고용 시장에서 또 한 번 밀려났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보건복지위원회)이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체 779개 공공기관 중 276개 기관이 장애인 의무고용률(3.8%)을 지키지 않아 부담금 총 253억 88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부담금을 낸 곳은 서울대병원(20억 5400만원)이었으며,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도 11억 6500만원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산업은행(9억 4100만원), 한국원자력의학원(9억 5700만원) 등도 수억원의 부담금을 지불했다.

'사람 대신 돈'...공공기관, 고용 대신 예산 집행?
현행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일정 비율 이상(2024년 기준 3.8%)의 장애인을 고용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미고용 인원수에 따라 부담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의무고용을 위반해도 ‘벌금처럼’ 부담금만 내면 끝나는 구조가 오히려 공공기관의 책임 회피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특히 이윤을 목표로 하지 않는 공공기관 특성상 부담금 납부에 대한 경각심이 떨어지고, 민간기업에 비해 장애인 고용 확대 의지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서미화 의원은 “단순히 부담금을 내고 회피하는 구조로는 장애인의 실질적 고용 확대를 기대할 수 없다”며 “장애인의무고용제도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제도 전반에 대한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미화 의원실
서미화 의원실

에너지 공기업들 ‘나 몰라라’...중증장애인 일자리는 어디에
장애인 고용 회피는 보건·복지 관련 기관이나 노동 정책 기관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국립중앙의료원(2억 9000만원), 국립암센터(1억 1000만원), 한국산업인력공단(7800만 원) 등도 부담금을 납부했다.

더 심각한 건 전국 에너지 수급을 책임지는 주요 공기업들마저 수년간 장애인 고용률을 외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히 공공부문이 고용 의무를 회피하는 차원을 넘어 전력·에너지 등 국가기간산업 분야에서조차 장애인 접근성이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는 증거로 해석된다.

“고용의무는 비용이 아니라 책임”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로 인한 부담금은 ▲2022년 348억원 ▲2023년 279억원 ▲2024년 253억원으로 줄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매년 250억원 이상이 ‘사람 대신 돈’으로 나가고 있는 셈이다.

이 부담금이 실제 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쓰였더라면 수천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서 의원은 공공부문의 책임 회피를 강하게 비판하며 “민간에 장애인 고용의무를 떠넘기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부문이 앞장서 중증장애인의 장애 유형 정도에 맞춘 ‘맞춤형 공공일자리’와 일자리 지원체계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문제는 ‘돈’이 아니라 ‘의지’다. 공공부문의 장애인 고용은 단순한 부담금 납부로는 대체될 수 없으며,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적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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