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디지털 전환과 기술 혁신은 더 이상 민간 기업만의 과제가 아니다. 최근 공공기관들도 자체 디지털화는 물론, 민간의 혁신 역량을 제도화하고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한국가스공사가 최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와 체결한 ‘에너지 오픈이노베이션 지원 사업’ 협약이다.
이번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의 ‘민관협력 오픈이노베이션’ 정책에 기반한 것으로,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과 공공기관의 디지털 협업을 통해 실질적인 현장 개선과 디지털 혁신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이같은 민관 협업 사업은 이미 국내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진행된 바 있다.
■ 한국전력 ‘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Energy Valley)’
한국전력공사는 2016년부터 전남 나주에 ‘에너지 밸리’를 조성하고, 전력 분야 스타트업의 창업과 기술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한전은 R&D, 판로, 입주 공간까지 일괄 제공하며 '한전형 클러스터 기반 지원모델'을 확립했다.
한전의 모델은 대규모 인프라 중심이고, 기술 중심의 R&D 연계가 주를 이룬다. 이에 비해 가스공사의 오픈이노베이션은 업무 개선 중심의 ‘문제 해결형’ 협업 모델에 가깝다. 즉,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부 업무 개선을 위한 맞춤형 기술 실증이 핵심이다.
■ 한국수자원공사 ‘K-Startup 워터챌린지’
한국수자원공사는 2020년부터 ‘K-Startup 워터챌린지’를 통해 물 산업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은 실증, 투자 유치, 글로벌 진출까지 전 과정을 포괄하는 창업 단계별 성장 지원 프로그램이다.
가스공사 사업은 이와 달리 사업화 가능성 검토 및 실증 중심이다. 창업 전 단계에서의 인큐베이팅보다는, 디지털 과제 해결이 가능한 스타트업을 직접 선별해 단기 집중형 협업을 추진하는 점이 차별점이다. 즉, ‘육성’보다는 ‘협업’에 방점이 찍혀 있다.
■ '공공 디지털 과제 해결형' 민관협력
기존 공공기관 스타트업 협력 사업 다수가 창업지원·육성형 모델이었다면, 가스공사의 사업은 명확한 차별점을 지닌다. 내부 업무 개선 과제를 중심으로 단기 실증·협업이 가능한 유망 스타트업을 선별하고 공공기관이 직접 자금과 실증 기회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러한 방식은 기관 내부의 디지털 전환과 스타트업 기술 역량 간 접점을 실용적으로 설계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또한 기술 도입이 성공할 경우, 공공 조달로의 확장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어, 향후 제도화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 민관협력 2.0, 실행력과 제도화의 접점 필요
가스공사 사례는 최근 정부의 디지털 플랫폼 정책 기조와도 맥을 같이한다. 민간의 혁신을 행정에 연결하는 구조이다. 향후 단순한 창업 지원을 넘어, 공공기관의 현장 문제를 스타트업이 해결하는 방식의 모델 확대가 필요하다. 또한 디지털 실증 결과가 내부 경영성과나 성과평가에 반영될 수 있는 체계와 기술 실증 이후 구매·도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조달 규정 유연화, 인증 절차 간소화가 요구된다.
가스공사의 이번 사업은 공공기관이 단순한 행정 주체가 아닌, 기술 혁신의 수요자이자 실증 파트너로 전환되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민관협력 모델이 제도화되고, 타 기관과의 연계가 강화된다면 디지털 전환 시대의 공공 혁신 패러다임이 보다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