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아프리카 남서단에 위치한 나미비아가 새로운 자원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에는 석유도, 천연가스도 아니다. 바로 녹색 수소(green hydrogen)다.
2021년 녹색 수소가 본격적으로 국내외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이후, 나미비아 정부는 ‘Green Hydrogen Council’ 설립, HyIron의 Oshivela 프로젝트, CleanEnergy의 수소 충전소 시범사업, 합성연료 시연 트럭 공개, 그리고 전국 인재 매핑 프로젝트인 ‘Hyphen Hydrogen Skills Census’ 출범 등 일련의 후속 조치로 녹색 수소 산업 생태계 조성을 본격화해왔다.
이제 녹색 수소는 단순한 신재생에너지의 범주를 넘어, 나미비아 경제 재건과 청년 일자리, 산업 기반 확충의 중심축으로 주목받고 있다.
■ 녹색 수소의 정의와 전략적 가치
녹색 수소는 재생에너지(태양광 또는 풍력)를 이용해 물을 전기분해함으로써 생산된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으며 저장과 수송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태양광·풍력보다 더 유연한 에너지 자산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철강·시멘트·항공·농업 등 감축이 어려운 분야의 탈탄소화에 핵심 솔루션으로 꼽힌다. 나미비아는 이를 통해 △녹색 암모니아 기반 비료 생산 △직접환원제철(DRI)을 활용한 녹색 철강 △합성연료 기반 수소 트럭 제조 △마이크로그리드 전력공급 등 다양한 산업 파생 효과를 꾀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수소 생산 중 녹색 수소는 1% 남짓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해조 가격 하락과 탄소세 강화가 맞물리며, 녹색 수소는 2040년까지 석탄 기반 발전과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나미비아 정부 역시 kWh당 녹색 수소 전기비용이 현재보다 저렴한 1.5~2.0 나미비아 달러(N$) 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과제는 ‘제도’와 ‘시장 진입 타이밍’
에너지 전문가 유니스 샤팡게(Eunice Shapange)는 “녹색 수소는 나미비아의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필수 선택지”라며 “에너지 형평성과 미래세대를 위한 접근가능한 전력 공급이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합성연료법(Synthetic Fuels Act) 제정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준 마련 △지역 기반 청년 인재 양성 등의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특히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법·제도 정비가 늦어질 경우, 주요 수출 시장 선점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샤팡게는 “독일의 재생에너지 성공 사례처럼, 법률 기반 위에 녹색 전환 전략을 체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지만, 지금이 시작’
나미비아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드물게 정치적 안정성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여건을 두루 갖춘 국가다. 지금의 수소 전략은 일자리, 산업,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겨냥한 중장기 국가 청사진이라 할 수 있다.
태양광과 풍력, 광활한 국토, 인적 자원을 기반으로 나미비아가 ‘녹색 수소 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남은 과제는 제도화와 글로벌 시장과의 정합성 확보다.
■ 용어 설명 :
· 그린 수소 =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원을 사용하여 물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한 수소.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혀 없어 친환경 수소로 불리며, 탄소 중립 시대를 위한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지칭하는 대상은 같으나, 일반적으로 '녹색 수소'라는 용어가 더 널리 사용. '그린 수소'는 영어 'Green Hydrogen'을 그대로 번역한 표현으로, 최근에는 '녹색 수소'로 통일하여 사용하는 추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