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오는 6월 말부터 시행되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인증 의무화 제도가 건설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 속에 친환경 건축 기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지만, 정작 그 비용은 결국 국민이 짊어지게 됐다는 비판도 커진다.
국토교통부는 내달 30일부터 연면적 1000㎡ 이상 공공건축물과 30가구 이상 민간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ZEB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 설계를 의무화할 방침이다.
해당 등급은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와 고성능 단열재 등 고가의 친환경 건자재 적용이 필수로, 시공 난이도도 높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용 84㎡(25평형) 기준 가구당 건축비가 약 130만원 가량 상승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업계는 실제 비용이 최소 600만원(평당 24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는 자재 단가뿐 아니라 설계·시공 경험 부족으로 체감 비용 상승폭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가, 10년새 2배↑...서울 주요지역 6000만↑ 전망도
이 같은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전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988만원에서 2066만원으로 2.1배 올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15일 발표한 ‘2025년 4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서도 전국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575만5000원으로 전월보다 0.62% 상승했다.
서울의 ㎡당 평균 분양가는 1376만3000원으로 전월 대비 2.75% 올랐고, 수도권 전체 기준으로는 1.97% 상승했다. 서울 분양가를 3.3㎡(평)로 환산하면 4549만8000원으로, 전월(4428만4000원)과 비교해 121만4000원이 올랐다.
제로에너지 설계 비용이 더해질 경우, 서울 주요 지역은 3.3㎡당 6000만원을 넘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분양가 가산비에 ZEB 설치 비용의 약 67%만 반영해주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나머지 33%는 사실상 건설사 부담으로 남는다”며 “결국 건설사는 손실 회피를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최대한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문제는 수요자들의 부담이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월 국토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8920가구로, 특히 다 지어진 뒤에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은 2만5117가구로 20개월째 증가세다. 고분양가에 따른 수요 위축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시공 원가 상승으로 주요 건설사의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지난해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원가율은 각각 100.66%, 105.36%를 기록, 사실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구조다. 건설업계는 통상 원가율 80% 미만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한다.
업계, “속도조절...기준 완화” 호소
업계는 정부에 ZEB 인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특히 중소형 건설사들은 에너지 자립률 기준을 현행 20~40%에서 1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설비 면적 확보가 제한적인 고층 아파트 구조상, 건물 외벽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은 시공 난이도가 높고 비용 부담도 크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건설사들은 친환경 기술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DL건설은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엘리베이터 피트 시공 기술을 개발했고, GS건설은 IoT 기반 에너지 절약형 조명을 도입했으며, 롯데건설은 BIPV 실증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 도입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정부는 제로에너지 제도가 정착될 경우 거주자들의 전기요금 절감 등 장기적 비용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초기 비용이 지나치게 크고, 수요자 부담이 과도하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책 취지엔 공감하지만, 속도 조절과 세부 기준 완화 등 실효성 있는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친환경이라는 명분 아래 ‘친환경 비용’이 국민의 주거비 부담으로 전가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 균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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