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독일 최대 발전·에너지 기업 중 하나인 유니퍼(Uniper)의 CEO 마이클 루이스(Michael Lewis)가 “천연가스에서 그린수소로의 급격한 전환은 완전히 비현실적(completely unrealistic)”이라고 지적했다. 루이스 CEO는 지난 6월11일 런던에서 열린 ‘가스·LNG 및 에너지의 미래(Gas, LNG and Future of Energy)’ 콘퍼런스에서, 수소경제 전환을 둘러싼 과도한 낙관론에 경고를 보냈다.
루이스 CEO는 “그린수소의 비용은 천연가스 대비 8~10배에 이른다”며, “유럽이 제조 강국의 위상을 유지하려면 현실적인 에너지 수단에 기반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언급은 유럽 에너지 시장 내 천연가스의 역할 재조명과 공급안보 중심 정책 전환을 시사한다.
■ ‘재조정(Recalibration)’이 필요한 시점… 수소는 아직 실험 단계
Uniper는 여전히 수소 기술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정책적 속도와 기술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인식하고 있다. 루이스는 “수소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적 단계에서 가격·효율성·적용 가능성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소 저장(Pilot Hydrogen Storage)을 포함한 다양한 시범 기술을 시험 중이며, CCS(탄소포집저장)도 포트폴리오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소에 대해 “조금 과한 기대(Overoptimism)가 있었다”면서도,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현실적인 시간표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 러시아 의존 탈피는 ‘돌이킬 수 없는 방향’… 다양성이 핵심
EU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한다는 전략 하에 움직이고 있으며, 루이스 CEO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우리는 러시아에 지나치게 의존했다. 이제 다양성이 우리의 만트라(mantra)”라고 말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발생한 대정전 사태를 언급하며 “이는 공급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운 사건이었다”고 평가했고, 독일의 전기요금이 OECD 평균 대비 2.5배 높다는 현실도 지적했다.
■ “그린수소는 미래지만, 천연가스는 당장의 현실”
Uniper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에너지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그 방향성과 속도에 있어 시장 논리와 기술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론이다. 천연가스는 여전히 유럽 산업과 에너지 시스템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수소는 ‘가능성’이지 ‘즉시 대체재’는 아니다.
루이스 CEO의 발언은 유럽 정책당국과 수소 프로젝트 투자자들 모두에게 “균형 감각과 기술 진화 속도 간 간극을 인식하라”는 경고로 해석될 수 있다.
■ 용어 설명 :
· 유니퍼(Uniper) = 독일 뒤셀도르프에 본사를 둔 발전 및 에너지 무역 분야의 선도적인 기업으로, 2016년 설립된 이후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 40여 개국에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유니퍼는 천연가스, 석탄, 수력, 풍력 등 다양한 에너지원 기반의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전력과 열 생산, 에너지 상품 거래, 에너지 관리 및 효율화 솔루션 제공 등 폭넓은 에너지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에너지 저장 등 저탄소 기술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2035년까지 순배출 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