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수소는 미래이지만, 블루수소는 지금 가능한 수소다.  /이미지 편집
그린수소는 미래이지만, 블루수소는 지금 가능한 수소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영국의 대표적 블루수소 프로젝트인 H2티사이드(H2Teesside)가 축소 또는 전면 철회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에드 밀리밴드(Ed Miliband) 에너지안보·넷제로부 장관이 주도한 영국 수소 전략의 핵심 축이 흔들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BP가 2021년 발표한 12억 파운드 규모의 블루수소 플랜으로, 천연가스를 원료로 한 수소를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CCS)하는 방식이다. 영국 정부의 2030년 수소 생산 목표치 중 10% 이상을 담당할 예정이었다.

■ 수요처 '사빅(Sabic)' 철수설로 경제성 위기…정부 보조금 요구도

최근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은 직접적인 이유는 주요 수요처로 계획되었던 사우디 아람코 계열 석유화학사 사빅(Sabic)의 수소 활용 공장 업그레이드 중단 및 폐쇄 검토 때문이다.

사빅이 철수할 경우, 안정적인 수소 수요 기반이 붕괴되어 BP 입장에선 투자 타당성이 크게 악화된다. BP는 현재 영국 정부에 수소 생산뿐 아니라 수요처에 대한 보조금까지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하이그린(HyGreen) 철회 이어 이중타격…정책과 투자자 간 괴리

이번 위기는 BP가 이미 그린수소 기반의 하이그린 티사이드(HyGreen Teesside)를 철회한 데 이은 두 번째 대형 프로젝트 축소다. 이로써 前 CEO 버나드 루니(Bernard Looney)가 2021년 공언한 지역 수소 프로젝트 20억 파운드 투자 계획이 전면 재검토되는 양상이다.

루니 전 CEO는 BP를 ‘넷제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그린 에너지 투자에 나섰지만, 2023년 9월 사생활 문제로 퇴임한 이후 새 CEO 머리 오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 체제 하에서 보수적 투자 기조가 강화됐다. 여기에 행동주의 투자자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의 “비용 통제 부실” 비판이 겹치며 BP의 녹색 전환 전략이 크게 후퇴하고 있다.

■ 英 정부 보조금 확대 시험대…넷제로 산업정책 지속성에 의문

에드 밀리밴드 장관은 “H2Teesside 같은 CCS·수소 프로젝트에 220억 파운드를 투자해 산업 공동체를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공공 보조금 없이는 대규모 민간 투자가 지속되지 않는다는 구조적 한계가 이번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한편 BP는 동일 지역 내 탄소포집 발전소(Net Zero Teesside Power)는 예정대로 추진하며, 노던 인듀어런스 파트너십(Northern Endurance Partnership) 등 CCS 네트워크 사업에는 참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청정 수소 생산 → 수요처 연계 → 산업 재편’이라는 넷제로 생태계 전체 설계가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히 BP의 사업 결정에 그치지 않고 영국 에너지 전환 전략 전반에 대한 시험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 용어 설명 :
· BP(British Petroleum)
=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석유 및 가스 회사로, 탐사, 생산, 정제, 마케팅, 전력 생산 등 에너지 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저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가속화하며, 풍력, 태양광, 수소 등 재생에너지와 관련된 투자 및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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