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블루수소와 45V 세제혜택으로 수소시장 패권을 노린다. /이미지 편집
미국은 블루수소와 45V 세제혜택으로 수소시장 패권을 노린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이 수소경제 시대의 패권을 천연가스 기반 블루수소(Blue Hydrogen)로 선점하려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풍부한 셰일가스, 탄탄한 산업기반, 그리고 탄소 포집 기술(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을 무기로 세계 수소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 천연가스, 수소 생산의 '현실적 동력'

전 세계 수소의 약 95%는 현재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증기 메탄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 방식으로 생산되고 있다. 이른바 ‘블루수소’라 불리는 이 방식은 미국 내에서도 연간 1천만 톤 이상이 생산되며, 미국을 세계 2위 수소 생산국으로 만들었다.

셰일 혁명을 통해 값싸고 안정적으로 공급 가능한 천연가스는 미국이 수소산업에서도 확실한 비교우위를 점하게 만든다. 특히 SMR에 CCS를 결합하면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면서도 대규모 수소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다. 대표 사례가 바로 엑손모빌(ExxonMobil)이 추진 중인 텍사스 ‘베이타운(Baytown)’ 프로젝트다. 이곳에서는 하루 10억 입방피트 규모의 수소를 생산하면서도 연간 1천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계획이다.

■ 정책은 필수 조건…45V 세액공제 주목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를 견인하는 핵심은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포함된 ‘45V’ 세액공제(내국세법 제45조 V항(Section 45V of the IRC)다. 이 조항은 청정 수소 생산에 대해 톤당 최대 3달러까지 보조하는 제도로, 프로젝트 경제성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다. 

엑손모빌의 CEO 대런 우즈(Darren Woods)는 “45V 없이는 베이타운 프로젝트도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 글로벌 경쟁 본격화…美의 우위 요소는?

미국은 단지 자원만이 아니라 인프라, 인력, 기술력에서도 경쟁국을 앞선다. 현재 텍사스를 중심으로 약 2600km(1600마일)에 달하는 수소 파이프라인이 이미 구축되어 있으며, 이는 세계 최대 수준이다. 오랜 석유·가스 산업에서 축적된 인력과 CO₂ 관리 경험도 경쟁 우위를 뒷받침한다.

반면 중국은 석탄 중심의 에너지 구조와 천연가스 부족으로 블루수소 전환이 어렵고, UAE는 자원은 풍부하지만 인프라가 부족하다. 호주는 재생에너지 기반의 그린수소에 집중하지만, 대규모 전력 전환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 미래 수소 시장은 누가 잡을 것인가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은 2050년까지 연간 5천만톤 이상의 수소 수입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공급량뿐 아니라 탄소 배출 투명성도 요구하고 있으며, 미국은 ‘청정 천연가스’와 감축 인증체계를 통해 신뢰도 높은 공급자가 될 수 있다. LNG 수출 성공 신화를 이어받아, 수소 역시 미국의 차세대 에너지 수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기회는 영원하지 않다. 45V 제도 확정, 수소 파이프라인 및 시설 허가의 신속화, CCS 기술 혁신 등은 모두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이를 놓친다면 중국, UAE, 호주에 시장을 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블루수소는 천연가스에 기반한 전이 기술로, 완전한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로 가기 위한 현실적인 교두보"라고 평가한다. 미국은 지금, ‘수소의 LNG화’를 앞당길 수 있는 결정적 시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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