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V는 수소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수소를 ‘차세대 LNG’로 포지셔닝하는 데 핵심 카드가 되고 있다. /이미지 편집 
45V는 수소 생태계의 초석을 다지는 동시에, 글로벌 에너지 패권 경쟁에서 미국이 수소를 ‘차세대 LNG’로 포지셔닝하는 데 핵심 카드가 되고 있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이 글로벌 수소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기 위한 핵심 정책으로 ‘45V 세액공제(Section 45V Tax Credit)’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 조항은 2022년 제정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에 포함된 세제 혜택으로, 청정수소(Clean Hydrogen) 생산 시 톤당 최대 3달러의 세금 공제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생산 방식 따라 탄소배출량 기준 차등 적용

45V 세액공제는 단일한 정액 지원이 아닌, 수소 생산 과정의 탄소 배출량(gCO₂e/MJ)에 따라 최대 4단계로 차등 지급된다. 가장 낮은 배출량을 기록할 경우 톤당 3달러의 세액공제를 10년간 받을 수 있으며, 이 외에도 일정 수준의 노동 조건(Prevailing Wage), 국내 생산 요건 등을 충족하면 추가 혜택도 가능하다.

이 제도는 특히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블루수소(Blue Hydrogen)’ 생산에 필수적인 경제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SMR(증기 메탄 개질) 기반 생산 방식에 CCS(탄소 포집·저장)를 결합하면 일정 수준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투자 대비 수익 확보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다. 45V는 바로 이 점을 보완하는 ‘게임 체인저’로 작용하고 있다.

■ 수소 산업을 떠받치는 재정적 인프라

대표적 사례로는 엑손모빌(ExxonMobil)이 추진 중인 텍사스 베이타운(Baytown) 수소 프로젝트가 꼽힌다. 이 프로젝트는 하루 최대 10억 입방피트의 수소 생산 능력과 연간 1천만톤의 CO₂ 포집 능력을 갖춘 세계 최대 저탄소 수소 생산시설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45V 세액공제가 확정되지 않으면 추진이 어렵다는 점을 엑손모빌 측은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단지 미국 기업의 요구사항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구조적 조건이기도 하다. 수소는 아직 경제성이 불확실한 에너지이자, 대규모 인프라가 요구되는 산업이기 때문에 정부의 명확한 재정적 지원 없이 진입이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 수출 전략의 핵심축…IRA의 조용한 승부수

이처럼 45V는 단순한 지원책이 아니라 미국 수소산업의 미래 수출 전략을 가능케 하는 제도적 기반이다. 유럽, 일본, 한국 등 주요국은 향후 수소 수입국으로 전환할 계획이며, 이들은 ‘청정수소’에 대한 탄소 투명성과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CCS 기술을 활용해 수소를 생산함으로써 이들 국가의 수입 요건에 부합할 수 있다. LNG 수출국으로의 전환에 성공한 미국이 이제 수소 시장에서도 동일한 전략을 구사할 준비가 되어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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