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퍼미안 가스 생산기지/EIA 자료사진
미국 텍사스주에 있는 퍼미안 가스 생산기지/EIA 자료사진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 텍사스와 뉴멕시코 주에 걸쳐 위치한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는 전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높은 육상 유전 지대 중 하나로, 셰일 혁명의 상징이자 미국 에너지 패권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2024년 기준, 퍼미안 분지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의 약 45%, 천연가스 생산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으며, 셰일 오일 생산의 절반 이상이 이 지역에서 나온다. 2010년대 중반부터 수평시추(horizontal drilling)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 기술의 결합으로 급격한 생산 증대를 이룬 이후, 미국은 세계 1위 산유국으로 도약했다. 퍼미안 분지는 그 정점에 있었다.

특히 퍼미안 분지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저비용 고수익 구조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럴당 30달러 이하의 손익분기점도 가능할 정도로 효율이 높아, 국제 유가가 하락해도 운영이 지속 가능한 ‘캐시카우(Cash Cow)’로 꼽혀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생산성 증가세 둔화와 고갈 우려, 비용 상승, 환경 규제 강화 등 퍼미안 분지를 둘러싼 구조적 리스크도 제기되고 있다.

셰일 업계의 전문가들은 퍼미안의 개별 유정(油井) 생산량이 2023~2024년 들어 정체 또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 즉 생산량을 유지하려면 더 많은 시추와 자본 투입이 필요하다는 구조적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지표간 간섭(well interference) 문제와 고밀도 개발의 부작용으로, 신규 유정의 초기 생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퍼미안 분지가 다시 성장하려면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시추 비용 절감·지질 분석 고도화·탄소 배출 저감 기술 도입 등 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퍼미안 분지의 원유 생산이 2027년경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한 감소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미국 전체 원유 생산량 피크 시점과 맞물려 있으며, 셰일 산업의 ‘전성기 이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퍼미안 분지는 미국 에너지 안보, 글로벌 LNG 공급, 원유 수출 경쟁력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여전히 전략적 가치가 높다. 향후 CCS(탄소포집저장), 수소·암모니아 생산 허브로의 전환 가능성까지 논의되는 상황에서, 퍼미안 분지는 단순한 '셰일 유전'에서 '전환기의 에너지 복합지대'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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