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LNG 수출은 2040년까지 성장세를 지속하지만 에너지 구조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전환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미지 편집
미국의 LNG 수출은 2040년까지 성장세를 지속하지만 에너지 구조는 양적 팽창에서 질적 전환기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미국이 2020년대 후반에 들어서며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에서 정점을 맞이할 것이라는 미 에너지정보청(EIA)의 분석이 나왔다.

EIA가 최근 발표한 연례 에너지전망(AEO 2024)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27년 1,400만 배럴(bpd) 수준에서 정점을 찍고,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거쳐 2050년경 1,130만 배럴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가스의 경우는 2032년 1일 119억 입방피트(BCFD)로 생산과 수요가 동반 정점을 맞은 뒤, 점진적인 하강과 반등을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EIA는 셰일 혁명의 대표 격인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의 생산성이 지난 10년간 두 배 가까이 상승했지만, 2024년 들어 생산성 향상 곡선이 둔화되고 있으며 개별 유정의 생산 감소율(Decline curve)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른바 ‘레드 퀸 효과(Red Queen Effect)’, 즉 ‘그 자리에 머무르기 위해 더 빨리 달려야 하는’ 현상이 미국 셰일 업계 전반에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정점 시나리오는 셰일 산업의 노후화와 기술 효율의 한계, 공급 과잉에 따른 투자 신중론 등 구조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다. 실제로 EIA는 셰일 오일 생산량 역시 2027년 1,000만 배럴 수준에서 정점을 기록한 뒤, 2050년까지 약 9.3백만 배럴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천연가스의 경우도 공급과 수요 모두 2032년을 기점으로 정점을 지나게 된다.

2024년 기준 103.6 BCFD였던 건식가스 생산량은 2032년 119 BCFD로 정점을 찍은 뒤, 2040년에는 112.9 BCFD로 하락하며, 2050년에는 115.2 BCFD 수준으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수요도 2024년 90.5 BCFD에서 2032년 92.4 BCFD로 오른 후, 2040년에는 80.7 BCFD로 떨어졌다가 2050년경 82.5 BCFD로 회복될 전망이다.

반면 LNG 수출은 향후 10~15년간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EIA는 미국의 LNG 수출이 2024년 11.9 BCFD에서 2025년 15.2 BCFD, 2030년 21.5 BCFD, 2040년 26.8 BCFD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2050년에는 소폭 감소한 26.7 BCFD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분석했다. EIA의 이번 전망은, 미국 에너지 안보의 핵심인 셰일 산업이 양적 팽창을 넘어 질적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로도 읽힌다.

셰일 업계는 여전히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생산 단가 상승, 투자 회수 기간 장기화, 환경 규제 강화, 자원 고갈 속도 가속 등으로 인해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원유 및 가스 가격의 회복 여부, 기술 혁신, 그리고 미·중 무역 분쟁 전개에 따라 정점 시나리오가 수정될 여지도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벨리펀드(Gabelli Funds)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사이먼 웡(Simon Wong)은 "WTI 유가가 60달러 아래에서 두 분기 연속 머물 경우, 미국 내 투자와 생산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점은 불가피하겠지만 속도와 폭은 유가와 지정학 변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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