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영국 에너지기업 BP가 미국 내 육상 풍력사업 철수를 공식화하며, 자사의 풍력단지 지분 전부를 미국 LS 파워(LS Power) 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자산은 미국 가정 약 50만 세대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0곳의 풍력단지로, 이 중 9개 단지는 BP가 직접 운영 중이다.
거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과거 BP 풍력자산의 평가액이 약 20억달러였던 점을 고려해, 이번 매각가격이 그 이하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조치는 총 200억달러 규모 자산 매각 계획의 일환으로, BP는 이를 통해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속가능 전략 실패와 주가 부진이 맞물려 경영진은 ‘그린 전략의 축소 및 정비’를 사실상 선언한 셈이다.
■ '그린 BP' 전략의 후퇴…지속가능성 담당 임원도 퇴진
이번 매각은 BP가 지난 수년간 시도했던 ‘탄소중립(Net Zero)’ 기반 전환 전략의 공식적 후퇴를 의미한다. 그 중심에는 2020년 이후 지속되어온 재생에너지 사업 확대 전략이 있다. 그러나 글로벌 유가 급등과 미국 내 재생에너지 시장의 정책 리스크, 낮은 수익성 등이 겹치며 기대와는 정반대의 주가 흐름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BP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주도했던 줄리아 키에르키아(Giulia Chierchia) 전무가 퇴임하며, 해당 포지션 자체가 폐지되는 구조조정이 단행되기도 했다. BP는 “풍력자산은 좋은 사업이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 사업을 성장시킬 적임자가 아니다”라고 밝혀, 재생에너지 외부 매각 및 축소를 공식화했다.
BP의 주요 경쟁사인 셸(Shell) 역시 유사한 전략 후퇴 흐름을 보이며, 시장 일각에서는 셸의 BP 인수 가능성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셸은 부인했지만, 글로벌 메이저들의 ‘탈그린-재화석화’ 전환 움직임은 현실화되고 있다.
■ 2분기 실적 발표와 맞물려 추가 매각 전망
BP의 최고경영자 머리 오친클로스(Murray Auchincloss) 는 2024년 내 30~40억달러의 자산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가운데, 현재까지 약 15억달러 규모의 매각 딜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 초 발표 예정인 2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추가 자산 정리 계획이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BP는 향후 △석유·가스 탐사 및 생산(E&P) △해외 LNG 수출 확대 △탄소포집·저장(CCS) 등 '저탄소 중심의 화석연료 중심 전략' 으로 노선을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BP 가스·저탄소 에너지부문 대표인 윌리엄 린(William Lin) 은 “로우카본 에너지도 단순하고 집중된 BP 전략에 포함되지만, 저수익·저성장 사업은 정리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Plaquemines LNG, CCS 허브, EV 충전소 등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신사업 중심으로만 저탄소 포트폴리오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