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네덜란드가 야심 찬 수소 확산 전략에 제동을 걸고, 산업계 수용성을 고려한 현실적 보완 조치를 발표했다.
현지 기후·녹색성장부 장관 소피 헤르만스(Sophie Hermans)는 26일, 총 24억 달러(21억 유로) 규모의 그린성장 패키지(Green Growth Package)를 정부가 승인했으며, 동시에 2030년까지 산업계 재생수소 사용 의무비율을 기존 EU 수준보다 대폭 낮춘 4%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 ‘속도 조절’ 들어간 네덜란드…EU와의 괴리 공식화
이번 결정은 EU 재생에너지지침(Renewable Energy Directive, RED)에서 제시한 2030년 산업 수소 사용 42% 목표와 비교할 때 사실상 ‘속도 조절 선언’으로 해석된다. 네덜란드는 2035년까지 60%로 상향하는 EU 경로는 유지하되, 당장 산업계에 과도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의무비율을 낮춘다는 입장이다.
헤르만스 장관은 “수소 시장이 우리가 생각한 것만큼 원활하게 형성되지 않고 있다”며, “업계의 어려움을 반영해 수소 전략의 이행 속도를 조정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2.1억 유로는 생산 보조금, 6.6억 유로는 수요 촉진에 사용
정부가 승인한 패키지 중 21억 유로는 전기분해 기반 수소 생산 입찰(tenders)을 위한 재원으로 사용되며, 6.62억 유로는 산업계 수소 수요 촉진을 위한 보조금으로 배정된다. 이는 수소 보급이 정책 의지만으로는 확산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시장 자생성’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된 것이다.
또한 수소 기반 연료 생산을 위한 정제공정 조건 완화, 전기분해기 투자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에너지 집약 산업의 전환 인센티브 제공 등도 이번 조치에 포함됐다.
■ 공급·설비 격차 인정…‘선도국’ 타이틀 방어에 고심
네덜란드는 유럽 내 두 번째로 큰 그레이 수소 소비국(연 130만톤)이며, 이를 전량 재생수소로 전환하려면 15GW 규모의 전기분해 용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실태는 크게 부족하다.
정부 산하 환경평가청(PBL)은 지난해 2030년까지 확보 가능한 전기분해 용량을 1.2~1.5GW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연간 재생수소 사용량도 10만~12.5만 톤으로 절반 이하 축소 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수소 분야 선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도 민간투자와 정책 간 ‘괴리’를 해소해야 하는 이중 과제가 부상하고 있다.
■ 정치적 메시지도 분명…“산업계의 구조 전환, 우리가 지지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정책 후퇴가 아닌, 지속가능한 산업 기반 유지를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헤르만스 장관은 “지금과 같은 지정학적 불안정 속에서, 네덜란드 정부는 산업계의 구조 전환 요구에 응답하고자 한다”며, “지속가능한 산업도 이 나라에서 미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네덜란드는 수소 전략의 급진성과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조정국면에 돌입했다. EU의 기준에 대한 예외 설정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 그리고 2030년을 향한 수소 생태계 조성이 얼마나 현실화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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