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즈프롬의 위기는 단순한 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니라, 러시아 에너지 외교 전략의 구조적 붕괴를 의미한다. /이미지 편집
가즈프롬의 위기는 단순한 기업의 경영 실패가 아니라, 러시아 에너지 외교 전략의 구조적 붕괴를 의미한다. /이미지 편집

 

[투데이에너지 김은국 기자]

러시아의 對유럽 천연가스 수출이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감하면서 국영 가스기업 가즈프롬(Gazprom)이 심각한 재정적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올해 Gazprom의 유럽 공급량은 16억 입방미터(Bcm)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2021년의 공급량 175 Bcm과 비교해 90% 이상 급감한 수치다.

2024년 1∼6월 동안 Gazprom은 TurkStream 파이프라인을 통해 유럽에 8.33 Bcm만을 공급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7% 감소한 수준이다. 수출 급감의 배경에는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정치적 불안정, 그리고 주요 수출 파이프라인의 가동 중단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경유하는 파이프라인 대부분이 폐쇄되거나 운영이 중단됐고, Gazprom이 보유한 LNG 액화시설도 공급 다변화를 지원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러시아는 2022년 제재를 피하기 위해 터키에 가스 허브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으나, 해당 프로젝트는 현재까지도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Gazprom은 미판매 가스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으며, 2023년 기준 생산량 416 Bcm 중 355 Bcm만 판매해 약 620 Bcm의 재고가 발생했다. 이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연간 천연가스 생산량에 필적하는 규모다.

수출 경로를 아시아로 전환하기 위한 노력도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2019년 개통된 Power of Siberia 파이프라인의 대중국 수출량은 유럽 수출량의 약 20%에 불과해 대체 공급처로서의 역할이 제한적인 실정이다. 이런 상황은 Gazprom의 재정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Gazprom은 2023년에만 82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으며, 2024년에는 일부 회복해 흑자로 돌아섰으나 가스사업 부문은 여전히 13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출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간 누적 손실 규모가 최대 1,950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시장 전문가는 “Gazprom의 수출 부진은 러시아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유럽 시장과의 단절은 장기적으로 러시아 에너지 산업의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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