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장재진 기자]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일부 지표에서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요인중 하나가 전력망 문제이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전력망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며,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난관으로 꼽힌다. 이에 재생에너지 보급이 부진한 원인과 활성화 방안을 알아보는 기획기사를 마련했다. 이 기획은 한국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기술연구원,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 힌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통계청 등의 최근 보고서와 관련 자료 등을 기반으로 작성했다. /편집자주
[게재순]
1. 재생에너지 보급 왜 부진하나?
2. 재생에너지 활성화 위해 다각적인 노력 필요
3. 전력망의 재생에너지 수용 능력 강화 위한 주요 정책은?
4. 전력망 현대화 위한 스마트 그리드 구축 사업
한국 RE100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률은 평균 12%로, 글로벌 평균 53%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보급의 속도와 규모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태양광 모듈 가격 하락 및 공급 과잉으로 2023년 세계 태양광 제조설비 용량은 2021년 대비 3배 확대됐고, 2024년 말에는 생산능력이 현재 수요 전망치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2023년 태양광 모듈 현물 가격은 전년 대비 약 50% 하락했으며, 2028년까지 평균 모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는 보급 확대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국내 산업의 경쟁력 유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무질서하고 계획적이지 못한 보급으로 인해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재생에너지 보급 왜 부진하나?
에너지기술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관련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보급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지리적 제약 및 넓은 부지 필요 ▲생산 변동성 (간헐성): 전력망 및 계통 연계 문제 ▲낮은 기술 기반 ▲주민 수용성 및 민원 ▲제도적 문제 등이 꼽힌다.
재생에너지 발전은 위치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태양광은 햇빛이 차단되지 않는 장소, 풍력은 개방된 공간, 수력은 물의 이동이 필요하며, 기존 발전소보다 10배 더 많은 토지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 한국의 경우 자연 여건상 재생에너지 부존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도 언급된다 .
태양광 발전은 흐린 날, 수력 발전은 가뭄, 풍력 발전은 바람이 없는 날씨에 영향을 받기 쉬워 특정 시간에 생산되는 에너지 양을 보장하기 어렵다 . 이러한 간헐성은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우려를 낳는다.
재생에너지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전력망 문제다. 생산된 전력을 안정적으로 송전하고 배전할 수 있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새로운 재생에너지 설비를 기존 전력 계통에 연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 이는 출력 제한으로 이어지기도 하다.
재생에너지 개발을 위한 기술 기반이 아직 미약하다는 점도 보급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
태양광 발전소 주변의 전자파, 빛 반사, 또는 재산 가치 하락 우려 등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발생하여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
기술적인 한계보다는 제도의 문제가 재생에너지 보급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 전력 시장 구조, 인허가 절차 등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를 늦추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전력망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며, 재생에너지 전환의 핵심적인 난관으로 꼽힌다.
재생에너지는 햇빛이나 바람처럼 자연에서 얻는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고 시시각각 변동하며, 발전소가 필요한 전력 소비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기존의 전력망으로는 재생에너지의 대규모 확산을 감당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한다.
간헐성 및 변동성으로 인한 계통 불안정성
태양광은 낮에만 발전하고 흐린 날에는 출력이 떨어지며, 풍력은 바람이 불어야만 발전한다. 이러한 간헐적인 특성 때문에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급변하면 전력망의 전압과 주파수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전력망은 항상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재생에너지의 예측 불가능한 변동성은 이 균형을 맞추기 어렵게 만든다.
특정 지역에 태양광 발전이 집중될 경우, 생산된 전력이 전력망으로 유입되면서 전압이 기준치 이상으로 상승하는 과전압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 이는 전력 설비의 고장을 유발하거나 전력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
송전망 부족 및 송전선로 건설의 어려움
재생에너지 발전소는 대개 발전 효율이 좋은 해안가나 산간 지역에 건설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지역은 전력 소비가 많은 수도권이나 대도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생산된 전력을 소비지로 보내기 위한 대규모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새로운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송전선로가 지나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건설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동해안 지역의 신규 석탄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로 건설 계획이 주민 동의 문제와 신형 송전선 기술의 안전성 지적 등으로 인해 수년씩 지연된 사례가 있다 .
2036년까지 전체 국가 전력망을 1.5배 가량 늘리려면 약 56조 5150억 원의 막대한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한다 . 이러한 대규모 투자가 적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력망 확충은 더욱 더뎌질 수밖에 없다.
출력 제한 (Curtailment)
전력망이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모두 수용할 수 없을 때, 발전소의 출력을 강제로 줄이거나 중단시키는 것을 '출력 제한' 또는 '출력 제어'라고 한다. 이는 전력망의 과부하를 막고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이지만, 발전 사업자에게는 경제적 손실을, 국가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 달성에 차질을 빚게 한다.
잉여 전력 처리도 문제이다. 전력망에서 수용하지 못하는 신재생에너지 잉여 전력이 발생하면, 이를 처리하지 못해 발전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
전력망의 유연성 부족
기존의 중앙집중식 전력망은 소수의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일방향으로 공급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하지만 재생에너지는 분산형 발전원이 많고, 양방향으로 전력이 흐를 수 있는 유연한 전력망이 필요하다. 이러한 유연성이 부족하면 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통합이 어렵다.
이러한 전력망 문제들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가로막는 가장 큰 기술적, 사회적, 경제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해서는 발전량 예측 기술 고도화,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확충, 스마트 그리드 구축, 그리고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 전력망 전체의 대대적인 혁신이 필수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