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에너지 윤철순 기자] 10일 우리 정부가 ‘RE100 산업단지’ 추진 정책을 발표한 가운데, 중국은 이틀 앞서 녹색 전환 가속화를 위한 '탄소 제로 산업단지' 구축 지원 계획을 공식화하며 국가 차원의 총력 체제에 돌입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国家发展和改革委员会, NDRC)를 포함한 공업정보화부, 국가에너지국 등 3개 부처는 지난 8일 공동으로 발표한 ‘통지(通知)’를 통해 제로카본 산업단지(零碳园区)를 중국의 산업 탈탄소 전략의 핵심 공간단위로 정의하고 정책·기술·재정 전 영역을 아우르는 통합 추진체계를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통지는 중국 산업단지 정책사상 처음으로 '거의 제로(Near-Zero)' 또는 '넷제로(Net-Zero)' 탄소 배출 수준을 기준으로 단지를 정의한 제도적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다. 단순 저탄소를 넘어 “배출과 제거의 실질적 균형을 달성한 상태”를 목표로 명시한 게 핵심이다.
중국 정부는 “제로카본 단지는 단순한 생산기지가 아닌, 기술·에너지·산업·디지털이 통합된 넷제로 산업 생태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산업단지 전체의 기능 재편과 시스템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번 통지는 탄소 제로 단지 조성을 위한 △에너지 구조 전환 △효율 향상 △산업 구조 최적화 △자원 순환 △녹색 건축 △운송 전기화 △디지털 기반 탄소관리 △기후 회복력 확보 등 8대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中 정부 다층적 재정지원 체계 제시
재생에너지 우선 사용과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고효율 공정 도입, 탄소계정 제도 운영 등도 필수 조건으로 포함된다.
NDRC는 “2025년까지 최소 100개 이상의 제로카본 산업단지를 시범 지정하고, 실적을 기반으로 전국 확산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며 지방정부의 적극적인 참여와 구조개혁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녹색전환 특별기금, 저탄소 발전 자금, 정책금융기관 저리융자, 민간 ESG 자금 유치 등을 연계한 다층적 재정지원 체계를 제시했다.
특히 특수목적지방채(SPB) 발행을 허용해 초기 조성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단지별 성과에 따른 차등 보상 시스템도 도입된다.
중국의 이 같은 전략은 현재 우리 정부가 추진 중인 ‘RE100 산업단지’ 정책과 다층적으로 교차한다.
한국 역시 반월·시화, 광양만권, 창원 등 주요 산단을 중심으로 RE100 및 넷제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나, 아직까지는 에너지 공급 중심, 기술 실증 위주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있다.
특히 중국은 이번 통지를 통해 산업단지 운영체계 전반을 디지털 기반 통합관리로 전환, 에너지·탄소 통합 플랫폼과 ‘탄소계정’ 운영체계를 제도화함으로써 실시간 모니터링과 정성적 평가를 포함한 고도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수준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넷제로 국가 실현 중심축 규정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중국이 제로카본 단지를 “넷제로 국가 실현의 중심축”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업단지를 단지별 기술 집약지가 아닌 지역-산업-에너지 통합 플랫폼으로 격상시켜 기후목표와 산업경쟁력을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국가 전략이 뚜렷하다.
반면 한국은 최근 발표한 ‘RE100 산업단지’ 추진방향에서 입주기업 유치, 재생에너지 공급 확대, 제도 인센티브 강화 등 공급·수요 매칭 중심의 접근이 두드러진다.
전문가들은 “이제는 기술 실증을 넘어, 산업단지 전체 구조의 재설계와 시스템 기반 통합운영이 병행돼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이번 통지는 넷제로 정책의 기술·재정·평가 기준을 구체화한 종합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향후 글로벌 제로카본 인증제도의 표준으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국제 협력 시 기준 설정이나 시장 접근성 확보 측면에서 제도적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평가다.
우리 정부 역시 정책 간 정합성 확보와 단지 단위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민간투자 연계를 위한 인센티브 체계 고도화 등 중국의 전략에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에너지정책 전문가는 “중국이 산업단지를 단순한 산업지원 공간에서 넷제로 경제 생태계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는 향후 글로벌 정책 경쟁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며 “우리 역시 산단 전환을 기후·경제·기술이 융합된 전략 과제로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